인력난에 대처하는 기업 최후의 수단은 일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함으로써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연내 특정기능제도에 버스운전수를 포함한 자동차 운송업을 추가할 방침이다.
특정기능제도는 일본인 만으로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업 분야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과 기능을 가진 외국인을 받아들일 목적으로 2019년 4월부터 시행한 재류자격이다. 간병, 빌딩 청소, 건설, 자동차정비, 숙박, 농업, 어업, 외식업 등 12개 분야가 지정돼 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려면 영주권을 갖고 있거나 일본인과 결혼해야 했다. 폐쇄적인 일본 사회가 교통 인프라를 외국인에게 맡기려는 것은 버스와 택시가 멈춰설 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송업계가 외국인 운전기사를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먼저 요청하는 형편이다.
시미즈 이치로 일본버스협회 회장은 "정부와 협력해 외국인 운전수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최대 운송업계 단체인 전일본트럭협회도 "일본인 운전기사 만으로는 운송업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국법인택시연합회도 마찬가지다. 2005년 40만명이었던 일본의 택시 운전기사 숫자는 2021년 20만명으로 반토막났다.
정부의 규제완화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찌감치 영주권이 있는 외국인 운전기사를 채용하는 버스와 택시 회사도 있다. 도쿄의 대형 택시회사인 히노마루교통은 6년 전부터 외국인 운전기사를 채용했다. 현재 83명이 재직 중이다.
하지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일본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들은 한계도 뚜렷하다.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⑥에서 살펴본 무인 편의점은 비싼 설치비용 때문에 예상 만큼 보편화하지 않고 있다. 조리로봇의 시장규모는 1억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 조사회사 후지경제는 "일본인들에게 '요리는 사람이 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뿌리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운전기사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일본에서 트럭 운전수가 되려면 제1종 면허, 버스와 택시는 제2종 면허가 필요하다. 1종 면허는 외국에서 딴 운전면허를 일본 운전면허로 전환해 주는 제도가 있다.
2종 면허는 이런 전환 제도가 없어서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 학과 시험은 일본어로만 진행된다. 손님을 상대하는 업종인 만큼 어학 능력을 요구한다. 50분간 95문제를 풀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맞아야 합격이다. 외국인에게는 상당히 높은 벽이다.
야마다 히데토시 히노마루교통 사내 연구소장은 "일본인이 면허를 따서 택시 업무를 시작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8주인 반면 외국인은 11주가 걸린다. 11주도 중국인 같은 한자 문화권 출신을 합한 평균 기간으로 비한자문화권 출신자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멀티태스킹, 생산성 향상, 자동화·기계화 등 일본 기업의 대처법은 한국에서도 이미 일상화한 것들로 딱히 새로울 게 없다. 무엇보다 인력난을 누그러뜨릴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인구감소의 역습에 맞서는 일본 기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땅찮다는 점을 가장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도 '인구감소 쓰나미'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탓이다.
인구감소의 역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에서 기술이 좀 더 발전할 때까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보자'는 비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⑧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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