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국내 처음으로 ‘모듈러(조립식) 단독주택 타운형 단지’가 준공됐다. 전용면적 74㎡ 1층 단독주택 26가구 규모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귀농·귀촌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추진된 단지다. DL이앤씨가 16개월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준공하고 이달부터 입주자를 맞고 있다. 13일 이곳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는 주택을 분양받은 귀농·귀촌인의 반응을 묻자 “모듈러 주택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냥 예쁜 단독주택인 줄 안다”고 말했다.
건설 안전과 공사비 급등 문제로 고민하는 건설업계가 모듈러 주택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기존 현장 중심 시공에서 탈피해 주택을 구성하는 주요 부재·부품의 70~80% 이상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으로 운반한 뒤 조립·설치하는 주택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모듈러 시장 선점 경쟁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이 단지의 가장 큰 특징은 부엌 거실 등 주택의 유닛을 공장에서 미리 생산해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현장 작업을 줄여 공사 기간이 짧고 품질이 균일한 게 장점이다.
모든 유닛에 철골 구조를 적용한 게 일반적인 모듈러 주택과의 차이점이다. DL이앤씨는 국내 처음으로 총 11개의 철골 모듈러 유닛을 조합해 하나의 주택을 완성했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들어가 40여 건의 특허를 받았다. 구례 모듈러 주택단지에는 ‘유닛 조합 설계’와 ‘무용접 커넥터’ 등 자체 특허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모듈러 주택에 쓰이는 얇은 철골에 용접하면 뒤틀림 등 품질 하자가 생긴다”며 “이 단지는 철골에 용접하지 않아 하자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는 토목공사 등에 따라 다르지만 철근콘크리트구조(RC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업계에서는 RC조 주택 건설 비용을 3.3㎡당 800만원대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주택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관련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가 겪고 있는 인건비 상승 문제와 안전사고, 품질,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을 해결할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지난해 모듈러 주택 사업 전담팀을 구성한 DL이앤씨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와 단지형 모듈러 주택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기존 주택에 유닛을 더해 집을 넓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2012년 ‘청담 뮤토’를 선보인 데 이어 공공·임대주택 부문에서 모듈러 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6월 국내 최고층인 13층 모듈러 주택(경기 용인시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준공했다.
해외 모듈러 주택 기업을 인수하거나 양해각서(MOU)를 맺어 모듈러 주택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주택 기술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GS건설은 2020년 폴란드 단우드와 영국 엘리먼트 등 해외 모듈러 주택 기업을 인수했다.
구례=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