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측면에서 국내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22기·사진)는 13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한 인터뷰에서 의결권 자문 시장에 진출한 이유를 묻자 “변호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 사회 정의와 공공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다소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대륙아주는 지난해 아주기업경영연구소를 설립한 뒤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자문 서비스와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업무를 시작했다. 통상 금융 관련 업체가 하는 일을 법무법인이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외를 통틀어 로펌이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대륙아주가 처음이다.
이 변호사는 “처음에 내부에서도 ‘로펌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돈을 벌 수 있겠냐’ 등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년간 적자 볼 각오하고 들어왔다”며 “한국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의결권 자문 회사를 키워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의결권 자문 분야는 해외에선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국내에선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대신파이낸스그룹 계열사), 서스틴베스트 등 3곳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 대기업은 대개 의결권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외국계와 국내 업체를 한 곳씩 쓴다.
이 변호사는 “국내 자문 서비스가 국제적으로 통한다면 기관투자가와 대기업이 국내 주총 안건을 처리하면서 왜 외국계를 쓰겠냐”며 “제대로 된 의결권 자문사를 만들면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로펌이 의결권 자문 시장에 뛰어든 것은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개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최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고문으로 영입하며 관련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실무를 총괄했다. 홍 전 본부장은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 수사 당시 핵심 피의자로 조사받았는데, 당시 이 변호사가 특검보로 특검의 대변인 업무를 수행했다.
‘보기 드문 악연 아니냐’고 하니 이 변호사는 정색하면서 “홍 고문은 투자 업무뿐 아니라 의결권 행사에서도 최고의 전문성을 갖췄다”며 “업계 평판을 조회해본 뒤 두말하지 않고 영입했다”고 말했다.
올초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시작한 대륙아주는 현재까지 226개 상장사 주주총회의 1402개 안건을 자문했다. 이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영업한 결과기도 하지만 법률에 근거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문 서비스를 하겠다는 취지에 고객들이 공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륙아주는 매출 순위 8위권의 대형 로펌이다. 변화에 무딘 로펌업계에서 신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법무법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국내 로펌에서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DC에 지사를 설립했고, 올 들어선 인공지능(AI) 법률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송무와 법률 자문 시장은 레드오션”이라며 “국제, 조세, AI 자문 등 법률 지식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좌동욱/사진=강은구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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