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금은 가스를 수입단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서 차액을 ‘나중에 받을 돈’으로 처리한 것으로, 외상값 성격의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의 적자다. 가스공사는 100억원에 구매한 천연가스를 70억원에 팔면 30억원을 미수금으로 처리한다.
2020년 말 6911억원에 불과하던 미수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에 가스요금 인상폭이 미치지 못하면서 3년이 채 되지 않아 약 12조원 늘어났다. 현재 가스공사의 판매가격은 원가의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도시가스 판매량이 늘어나는 동절기를 앞둔 지난 8일 정부가 요금 동결을 발표하면서 미수금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발표 당시 “지난해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가스요금을 45.8% 인상해 국민 부담이 매우 커진 점을 고려했다”며 “앞으로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재무구조를 면밀히 살피면서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1분기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수금을 제외한 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230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6% 증가했다. 일반적인 회계 기준에 따라 3분기 미수금 2767억원을 영업손익에 반영하면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반영하지 않아 매 분기 영업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수금 확대에 따른 차입금 증가로 금융 비용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가스공사는 이날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자비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33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의 3분기 금융 손실은 1조23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4488억원) 대비 2.4배로 늘어났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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