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3일 내놓은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은 모든 업종·직종이 아니라 노사가 원하는 업종·직장에 한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1주일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업종·직종을 명시하지 않은 데다 실태조사, 사회적 대화 등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근로시간 개편이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계는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행 주 52시간제와 관련,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업주는 14.5%에 그쳤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차이가 있었다. 업종 중에선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임대 서비스업(32.6%)과 제조업(27.6%)에서, 직원 수 기준으로는 100~299인 사업장(40.3%), 300인 이상 사업장(30.5%), 30~99명 사업장(30.4%)이 높게 나타났다.
연장근무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한 업종을 묻는 항목에선 근로자 기준으로 제조업(55.3%)과 건설업(28.7%), 직종으로는 설치·정비·생산직(32.0%), 보건·의료직(26.8%)에서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근로자 본인이 속한 업종에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제조업 63.6%, 건설업 55.5%에 달했다. 제조업에선 정당한 대가를 전제로 주 64시간을 넘겨 근로할 의향이 있다는 근로자 비율도 14.1%였다.
정부는 연장근로 단위를 확대하더라도 주당 최장 근로시간 상한선 등을 설정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보호 제도와 관련해 근로자들은 ‘주당 상한 근로시간 설정’(55.5%),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42.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 시 1주일 상한 근로시간으로는 ‘60시간 이내’라고 응답한 근로자가 75.3%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고려해도 정부가 구체적인 업종·직종을 제시하지 않은 건 ‘기대 이하’라는 비판이 많다. 일각에선 ‘맹탕 개혁안’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근로시간 개편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이날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기로 한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근로시간 개편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제조업·건설업 등을 (근로시간 개편이 필요한) 일부 업종으로 꼽았지만, 이는 일부가 아니라 사실상 전부”라며 “이번 정책에는 노동시간 사각지대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아쉽다”고 논평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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