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지난해 자동차 142만4141대를 생산했다. 단일 자동차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50여 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논밭으로 장마철이면 태화강이 범람해 진흙탕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현대차는 1968년 이곳에 연산 5만8000대 규모 조립공장을 세우고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다. 불과 7년 만인 1975년 울산공장을 ‘국내 최초 완성차 공장’으로 탈바꿈시키고 한국 첫 고유 모델인 포니를 생산했다. 울산공장이 한국을 넘어 세계 자동차산업 역사에서 ‘도전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다.
주행시험장은 쏘나타와 엑센트, 아반떼 등 글로벌 장수 모델의 품질을 테스트한 곳이자 1991년 현대차의 첫 전기차 프로토타입인 쏘나타EV가 개발된 장소다. 부지 면적은 54만8000㎡에 달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울산공장은 그 시작부터 원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꿈을 함께 실현해나간 곳”이라며 “울산 EV 전용공장은 전동화 시대 미래 모빌리티 생산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공장은 2026년 1분기부터 연 20만 대 생산에 들어간다. 첫 생산 차종은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확정됐다. E-GMP에 이은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eM은 현대차가 2025년 완성할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기술의 첫 결과물이다. 배터리, 모터 같은 핵심 부품까지 모듈화해 생산 원가는 최소 20% 낮추고, 주행거리는 5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중형 SUV에만 쓸 수 있는 E-GMP와 달리 eM은 공용 모듈 시스템 덕분에 소형·초대형 SUV, 고급 세단 등 거의 모든 차종에 적용할 수 있고 배터리도 다양하게 장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경기 화성에 짓기 시작한 기아의 첫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공장에 이어 이날 울산 EV 전용공장을 착공하면서 국내 전기차 생산 거점 마련을 본격화했다. 두 공장이 2025년 하반기, 2026년 초 각각 양산에 들어가면 현대차는 국내에서 전기차 35만 대를 생산할 역량을 갖추게 된다.
2030년엔 151만 대까지 늘려 글로벌 생산 목표(364만 대)의 40%를 국내에서 제조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 탄탄하게 구축된 배터리, 전기모터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에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는) 늘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도 “크게 봤을 때 전기차가 대세이기 때문에 수요는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빈난새/김일규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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