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는 훨훨 나는데 삼성전자는 뭐하는 거야." "하이닉스를 샀어야 했나..." (포털 종목토론방)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더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삼성전자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 희비를 가른 건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 필수 요소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1% 올랐다. 장중엔 13만4100원으로 고점을 높여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반면 삼성전자(-0.14%)는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전일까지도 SK하이닉스는 14.41%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49% 내렸다. 연초 대비 수익률 차이는 더 컸다. SK하이닉스 75.73% 오를 때 삼성전자는 27.3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 격차는 HBM 시장 내 경쟁력에서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점유율은 50%로 1위다. 삼성전자가 40%, 미국 마이크론이 10%로 뒤를 이었다.
HBM은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AI 서비스 구현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에 동반되는 장치다. 고수익 모델이지만,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AI 시장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지금과 같지 않았던 만큼 반도체 기업들의 HBM 투자도 저조했다. 삼성전자 내 HBM 관련 부서는 소외 부서로 없어질 뻔했단 얘기도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달랐다. 과감한 베팅으로 기술력을 높였고,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잡으면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HBM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SK하이닉스의 굳건한 입지를 파고들기 쉽지 않았다. 엔비디아와 공급계약을 앞두고 있단 소식도 지난 9월에서야 전해졌다. 올 초 생성형 AI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 속 삼성전자 주가 반등 속도가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더뎠던 이유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 4분기 HBM3(4세대 HBM)의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관련 매출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HBM3, 5세대 제품인 HBM3E 등의 공급 관련, 다양한 고객사들과 협의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엔 HBM3E의 양산을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내년 HBM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2.5배 이상 늘릴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미 주요 고객사와 해당 물량에 대한 공급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어 "HBM3E도 24기가바이트(GB) 샘플 공급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양산할 예정"이라며 "36GB 제품은 내년 1분기 내 샘플을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일각에선 최근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수주 소식에도 기존 SK하이닉스가 장악한 점유율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객사 입장에선 치명적인 품질 결함이 발생하지 않는 한 좀처럼 공급사를 바꾸지 않는 관행이 있어서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품질 문제로 엔비디아로의 HBM 공급에 차질이 생겼단 얘기가 나오면서 SK하이닉스의 선두 지속이 불가피하단 전망도 있다. 이 와중에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3E도 독점 공급할 것이란 소식도 나왔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HBM에서 이미 뒤처졌다. 엔비디아 수주도 SK하이닉스가 하고 남는 물량을 가져오는 구조"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SK하이닉스의 선두 지위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신형 GPU 출시 시점에도 경쟁사보다 앞서 제품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3E 경쟁에서도 선점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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