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4일 15: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뉴 이슈어(new issuer)’ 출현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 쉽사리 뛰어들기 어려웠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고금리 뉴노멀 환경에서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리하게 도전했다가 흥행에 실패했다가 괜한 시장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모채 시장에 데뷔한 ‘초도발행’ 기업은 총 8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유동성이 확대된 2021년에는 바이오, 게임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뉴 이슈어’들이 등장하면서 초도발행 기업이 총 18곳에 달했다. 하지만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와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 연기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이 경색된 지난해에는 9곳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기관들이 ‘북 클로징(장부마감)’에 들어선 것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회사채 초도발행 기업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해 초도발행에 나선 기업들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해 회사채 초도발행에 나선 기업 8곳 가운데 절반인 4곳이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슈가 있는 증권사(현대차증권, 다올투자증권)와 건설사(신세계건설) 등은 회사채 수요예측 데뷔전에서 미매각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기관투자가의 주목을 받은 초도발행 기업들도 속속 등장했다. AAA급 최우량 신용도를 확보한 KT&G나 부실채권(NPL) 업황 호황의 수혜를 입은 우리금융F&I 등은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을 훌쩍 넘는 매수주문을 확보했다.
자금 소요가 큰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올해 회사채 시장에 잇따라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SK온이 모두 회사채 시장 데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원, 에코프로가 1000억원, SK온이 2000억원을 각각 회사채로 조달했다. 대규모 시설 투자로 생산 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려야 하는 배터리 산업 특성상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회사채 시장 ‘뉴 이슈어’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발행 담당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되는 시기까지 회사채 초도발행을 미루겠다는 기업들이 많다”며 “공모채 대신 은행 대출이나 보유 현금을 활용하겠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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