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60%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네요…사기 당한 기분입니다." (모 종목토론실 게시글)
매출 부진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채 상장해 이른바 '뻥튀기 논란'에 휘말린 파두의 주가가 급하강했다. 실적 공시 이후 이날까지 나흘 동안 주가는 무려 반토막이 났다.
14일 한국거래소에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파두는 전일 대비 1330원(6.99%) 내린 1만7710원에 장을 끝냈다.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1만6250원까지 밀리면서 상장 이후 장중 신저가를 기록했다.
대신증권 HTS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잠정) 기준 외국인과 기관은 파두 주식을 각각 약 8억원, 2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 약 1조5000억원(공모가 3만1000원 기준)으로 주목 받았던 파두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862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상장 이후 약 3개월 만에 절반 규모로 쪼그라든 것이다.
사실상 '제로' 수준에 가까운 실적과 이에 따른 주가 급락에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포털 등의 종목토론실에서 이들의 실망감은 단적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구멍가게보다도 못한 매출을 보니 크게 사기 당한 기분이 든다. 미련 버리고 보유 주식 전량 팔고 간다', '당국 이상 없단 소식만 눈 빠지게 기다린다', '만년 적자 회사 누가 상장시켜서 개미들만 죽이는가', '파두 상장시킨 증권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연 매출 3억원이라니…집 앞 고깃집도 여기보단 훨씬 잘 버는데 할 말이 없다', '주가가 지옥 계단을 만들면서 내려가고 있네' 등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일주일도 안 돼 반값으로 내려앉은 주가를 매수 구간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바겐세일이다. 이 때 아니면 기회 없다', '지금이 최저가이니 최대한 많이 주워야 한다' 등 의견을 적었다.
파두는 지난 7일 장 마감 이후 3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로 현재까지 '부실 기업공개(IPO)'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당초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액은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000만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180억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투자자들은 파두가 지난 7월 IPO를 진행하면서 2·3분기 매출이 '제로' 수준으로 밀릴 가능성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두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경영실적을 기재한 증권신고서는 올 6월 30일 금융당국에 제출됐다. 물론 당시 구체적 액수를 반영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당기 매출 추정치나 올 3분기 다가올 위기 정도는 인지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다.
파두가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회사가 상장 당시 이미 2분기 강한 실적 부진을 예상했다는 점이 포착된다. 파두는 IR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2분기 기존 고객들의 발주가 취소됐지만 이는 단기적인 재고 조정"이라며 "3분기부터는 다시 구매가 재개되고 여기에 신규 고객들이 제공했던 계획이 더해진다면 큰 문제 없이 3·4분기 실적이 달성되고 성장이 계속되리라는 예상을 했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기존 예상과는 달리 3분기가 본격화돼서도 시장이 개선되지 못했다"고 부연다.
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기술 특례로 들어온 상장 새내기주들이야 실적이 저조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직접 제출한 자체 추정치 대비 이렇게 큰 폭 미진한 실적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평가가치(밸류에이션)만 놓고 봣을 땐 어디까지 떨어져도 사실상 문제 없다는 판단이다. 단기 매매를 위한 개인들의 매수는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구간일수록 매매에 신중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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