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연식 기준 5년 이하, 주행거리 10㎞ 미만의 신차급 중고차를 직접 인증해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영세 중고차 업체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신차급 중고차는 가장 인기가 높은 편인데, 대기업들에 알짜 매물이 몰리게 생겼다는 이유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 대수(238만대) 중 현대차와 제네시스 중고차 거래는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신차 시장 점유율이 약 80%를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가 자사 차량을 매입해 되팔고 있기 때문에 중고차 시장 또한 독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0년간 중고차를 팔았다는 B씨는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상황인데 대기업 진출로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판매원으로 20년간 근무한 C씨는 "현대차 싼 거나 카니발 보러 오는 사람이 제일 많은데 이제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팔겠다고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우려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권고안에 따라 자체적으로 2025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제한했다. 내년 4월까지 중고차 시장 내에서 각각 2.9%, 2.1%의 점유율을 넘지 않도록 했다.
중고차 시장은 '정보 비대칭 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판매자가 침수나 사고 이력 등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 피해가 컸던 시장이다.
이 때문에 중고차 직거래 비율도 이례적으로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매매업자 없이 직거래 된 중고차 비중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54.7%에 육박했다. 미국, 독일 등 해외 시장에서 중고차 직거래 비중이 30% 수준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장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만난 판매원 D씨는 "중고차 시장 판매원들도 문제가 있다"며 "물건을 팔 때 본인이 탈 차를 파는 것처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데, 사탕발림으로만 차를 팔려 하니까 소비자들이 안 좋게 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와 기아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로 도리어 시장 자체가 현재보다도 2배가량 커질 것이다. '백화점'과 '재래시장'이 공존하듯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중고차 시장도 다양한 판매 경로가 생기는 것"이라며 "독과점 우려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자체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제한한 상황으로, 이후에도 계속 지켜보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상생 규정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윤혜원 한경닷컴 기자 want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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