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산하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의 강욱 회장은 14일 ‘제1회 사기방지 컨퍼런스’에서 “영국에서 발생하는 사기범죄 중 70%가량이 해외에서 시도된다”며 “사기꾼들은 첨단기술이 출시되면 곧바로 범죄에 도입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이 세계 경제범죄·사기 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사기방지 컨퍼런스를 올해 처음 개최했다.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약 18개국 수사기관, 국내외 범죄학자, 삼성전자·KT 등 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참석했다. 나라별 경제 범죄를 소개하고 예방법을 공유하는 자리다.
주로 경찰대 교수로 구성된 한국금융범죄예방협회는 국내의 각종 사기범죄를 발표했다. 강 회장은 “오늘날 사기 범죄는 주로 IT 뒤에 숨어 막대한 이익을 뜯어낸다”며 “특히 핵폭탄, 재난재해 등보다 금융범죄가 실질적으로 모든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개념이 생소하지만, 해외에서 유행 중인 ‘러그풀’(프로젝트를 돌연 중단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암호화폐 사기), ‘피그부처링스캠’(연인을 가장한 암호화폐 탈취사기) 등의 신종 범죄 행태도 이날 소개됐다. 암호화폐 기술이 발전하자 범죄집단이 이를 마약, 방문판매 등과 결합하는 사례도 공개됐다.
전 세계 수사기관은 범죄에 인공지능(AI)이 활용되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AI로 실제 목소리를 만들어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하거나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가짜 웹사이트를 진짜처럼 변형시키는 사기가 대표적이다. 피해자는 실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했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범죄단체들은 주로 부자나라를 표적으로 삼는다”며 “인터폴처럼 경제범죄국제기구를 설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국민 상당수가 갤럭시를 사용하는데 악성 앱 설치를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를 들은 경찰청은 그 자리에서 삼성전자 개발자와 에일린 옙 싱가포르 경찰청 사기방지부 부국장을 연결해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컨퍼런스”라며 “경제 범죄에 대해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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