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신격호 청년기업가 대상’(가칭)을 제정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14일 롯데장학재단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롯데장학재단과 재단법인 한국기업가정신재단이 함께 제정하는 이 상은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신격호 청년기업가 대상은 상 명칭에 창업주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경제계의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롯데는 신 명예회장의 호인 상전(象殿)에서 유래한 ‘상전 유통학술상’을 수여해 왔다. 신 명예회장의 이름을 사용한 상을 만든 적은 없다.
다른 대기업도 창업주의 정신을 기리는 상을 수여하고 있지만 창업주 이름이 직접 들어간 사례는 많지 않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창업회장의 호를 딴 ‘삼성 호암상’을 매년 준다.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딴 ‘아산상’, 포스코그룹을 일군 박태준 명예회장의 호 청암에서 이름을 가져온 ‘포스코청암상’도 그런 사례다.
롯데장학재단이 신격호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건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알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1921년 울산의 빈농 집안 장남으로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사업에 성공한 후 고국에 돌아와 지금의 롯데그룹을 일궈낸 ‘뼛속까지 기업인’이다. 하지만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역량과 상관 없는 요인으로 이런 면모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가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을 기리는 여러 지원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온 만큼 신격호 청년기업가 대상을 계기로 그룹 차원의 ‘신격호 리브랜딩’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21년에는 신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신격호 기념관을 개관했고, ‘리틀 신격호’를 육성하자는 취지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도 신설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정신을 다룬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일본 기업가연구포럼은 지난 11일 오사카 기업가박물관에서 ‘경계 없는 시장 개척자, 롯데 신격호’를 주제로 한 연구 발표를 했다. 이 포럼이 한국인 기업가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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