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부터 클래식, 국악 등 폭넓은 음악 활동을 펼쳐온 그는 올해 유명 클래식 레이블 데카를 통해 ‘어 프레이어’와 ‘리슨’ 등 두 개 음반을 냈다. 이 중 지난 3일 발표한 ‘어 프레이어’는 국악 크로스오버 작품으로 채웠다. ‘리슨’에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전통악기로 이뤄진 곡이 담겼다. 정재일은 이를 토대로 다음달 15~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13일 만난 정재일은 “영화음악 메들리와 현대음악, 국악 등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을 들려줄 것”이라고 했다.
20년이 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온 정재일은 17세 때 밴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가수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와 함께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늑대의 유혹, 옥자, 브로커 등의 영화와 드라마 사운드트랙 작업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 17’ 음악 작업에도 참여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근본 없는 음악가”라고 낮춘다. 중학교 이후로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중학생 시절 서울 재즈아카데미를 다닌 뒤 현업에 뛰어들었다.
“제가 학교를 제대로 안 다녀서 고등교육에 상당히 목마른 사람입니다. ‘교육받았으면 더 잘했을까’란 생각도 하죠. 그래도 음반을 내고, 여러 제안도 받아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근본은 없지만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정재일은 ‘납품일이 있는 음악’을 작곡해 왔다. 고객 요구에 맞춘 음악을 주로 썼다는 얘기다. 그는 “영화의 경우 감독이 원하는 걸 음악으로 표현하는 ‘통역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발매한 음반에는 오롯이 작품을 위한 작품만 넣었다고.
국악에 대한 강한 애착도 보였다. 그는 지난달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런던 심포니와 협연했다. 이때도 피아노, 국악,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혁신적인 음악으로 영국 현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정재일은 국악에 대해 “(국악은) 처음에는 압도적이지 않지만 깊이 들어가면 상상할 수 없는 넓은 세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악 연주는 록밴드를 하는 느낌이에요. 자유롭죠. 그리고 디테일보다는 전체적인 다이내믹을 신경 써요. 섬세한 연주가 필요한 클래식 음악과는 다르죠. 우리말도 모르는 외국인이 3~4시간짜리 판소리를 보고 우는 걸 많이 봤어요. 그만큼 판소리에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은 국악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2023년 여우락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은 대금 연주자 이아람,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소리꾼 김율희, 사물놀이패 느닷 등이다. 여기에 정재일 감독이 꾸린 25인조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 더 퍼스트’가 합류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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