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일산·평촌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이 연내 통과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신도시의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1기 신도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법안 처리에 맞춰 특별법에 따른 재건축 계획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역별 용적률 상향 수준과 대규모 이주 지원 대책 등을 놓고 의견이 갈려 재건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이후 조성된 수도권 5대 신도시에는 아파트 21만1822가구(353단지)가 들어서 있다. 대부분 준공 후 20년 이상 지났으며, 30년 이상 된 단지도 41.4%에 이른다. 노후 단지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건 용적률이다. 분당과 일산의 용적률은 각각 184%, 169%다. 국토교통부는 지자체별로 주거환경 영향, 밀도 등을 감안해 용적률을 차등 적용할 계획이며, 내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수준의 용적률이 나오지 않으면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특별법이 적용되면 용적률을 상업지역의 경우 최대 500%까지 올릴 수 있다”며 “용적률이 200% 미만인 분당과 일산에서 특별법에 따른 재건축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비사업이 시작되면 100만 명 이상의 이주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이에 대비한 계획이 없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안은 지자체장이 이주 대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 통과 기대에 분당 일산 등의 노후 단지 가격이 오르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 분당 정자동 상록우성은 올 들어 48건이 매매 거래돼 지난해(27건)보다 77.8% 증가했다. 전용면적 101㎡는 지난 9월 17억원에 손바뀜하며 3월(15억원) 후 6개월 만에 2억원 뛰었다. 2년 전 최고가(17억8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고양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8단지 전용 164㎡는 이달 8억4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7월 거래가(7억2500만원)에 비해 1억2000만원 상승했다. 특별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2월 거래가(8억4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업계에서는 올 들어 법안 심사가 지연되면서 주민 사이에 갈등이 커진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지별로 사업성이 다른 만큼 어느 단지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단지마다 다른 단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오래된 단지부터 혹은 역세권부터 재건축을 먼저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선도지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기열/유오상/김소현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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