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家)의 야구 사랑은 각별하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은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MVP 선수에게 주겠다”며 해외에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사왔다. 구단주일 때는 외가가 있는 경남 진주 단목리로 선수단을 초청해 우승 고사를 지내는 ‘단목 행사’도 매년 열었다. ‘야구장에 산다’는 얘기까지 듣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KBO(한국야구위원회)의 19·20·21대 총재를 지냈다.
구광모 회장의 LG트윈스 사랑도 선대에 못지않다. 구단주로서 야구단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로 선수들을 직접 챙기며 ‘신바람 야구’가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업계에선 구광모 회장의 ‘고객(팬) 중심’ ‘실용주의’ ‘미래투자’ 경영 철학이 LG트윈스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관의 세월, ‘헬(hell)쥐’란 비아냥을 들으며 ‘DTD(Down Team is Down·순위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란 조어까지 탄생시킨 LG트윈스의 우승 비결은 뭘까. 스포츠계 안팎에선 LG트윈스의 우승 비결로 대략 다섯 가지를 꼽는다. 우선 야구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외부 선수 영입이다. 불황에도 야구단 예산을 크게 줄이지 않았고 올해엔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자유계약선수에게 수십억원 넘는 거금을 선뜻 투자했다.
‘염갈량’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로 전략통으로 통하는 염경엽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우승 비결로 꼽힌다. 내부 육성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유망주가 많은 것도 LG트윈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바람 야구’를 뒷받침했다. 무엇보다 LG트윈스 유광점퍼가 프로스펙스 매장에서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로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도 우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신사업 육성과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꾸준한 투자로 자동차 전장(전자장치)과 2차전지를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일궈냈다. 최근엔 인공지능(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 등 이른바 ‘ABC’를 미래 사업으로 꼽고 집중 투자하고 있다. ABC 사업과 관련해선 구광모 회장이 미국 캐나다 등을 돌며 직접 인맥을 다지고 산업 트렌드를 익힐 정도다.
전략통·외부 인재를 중용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현재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주사 LG의 권봉석 부회장은 기획·사업 전략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핵심 계열사 LG전자의 대표(CEO) 조주완 사장도 CEO 취임 직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을 정도로 전략 경영에 일가견이 있다. 이 같은 경영 철학이 효과를 내며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 매출은 29%(2017년 대비 2022년), 자산은 39% 늘었고 시가총액은 약 세 배(2017년 말 대비 2022년 말)로 불어났다.
황정수/김익환/조미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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