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4일 공개한 ‘신재생에너지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보면 한전과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농어촌공사 등 여덟 개 기관 임직원 251명이 본인과 가족 등의 명의로 태양광 사업을 부당 영위했다.
한전의 경우 2017년부터 본인은 물론 가족 명의의 태양광 사업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우자·자녀 등 가족이 신고 없이 태양광 사업을 한 임직원이 182명에 달했다. 직무상 권한과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지를 선점하거나, 본인 발전소가 먼저 계통에 연계되도록 추진한 사례도 있었다.
신재생 보급지원 총괄기관인 에너지공단은 지난해 12월 퇴직한 부이사장이 가족 명의로 발전소 세 곳을 운영했다. 농업인을 우대하는 소형 태양광 사업(한국형 FIT)에서는 815명이 서류 위조 등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처럼 태양광 사업 관리 감독이 허술했던 것은 짧은 기간 내에 무리하게 신재생 보급 확대를 추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203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요인 등을 고려해 ‘국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0년까지 전기료를 20% 올려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전력계통 보강과 백업 설비 확충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전기료 인상 전망이 말이 안 된다”며 “정무적인 감각도 없느냐”고 담당자를 질책했다. 산업부는 결국 전기료 인상률 전망치를 10.9%로 낮췄다.
한전이 ‘전력구입비 연구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던 2019년에는 신재생 확대 시 예상되는 비용 증가분과 전기료 인상 필요성 등이 담긴 내용을 누락했다. 산업부가 보고서 분량의 67%에 해당하는 내용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신재생 목표치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203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를 40%로 제시함에 따라 2021년 10월 다시 30.2%로 추가 상향됐다. 애초 산업부는 신재생 비중을 26.4% 이상 높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다. 산업부는 마치 숙제처럼 내려온 목표치 강행을 위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발전원별 목표량 등을 임의 배분했다. 그 결과 소형 태양광발전소가 밀집한 전남과 제주 지역에서는 계통망이 전력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해 원전과 화력발전소 가동이 멈추는 등 전력 공급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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