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등장에 유네스코 본부 '들썩'…"쟤들은 실패할 거라 했지만" [종합]

입력 2023-11-15 05:43   수정 2023-11-15 06:33


그룹 세븐틴이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유네스코 본부 연단에 올라 긍정과 희망·꿈·성장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설에 이어 총 5곡의 무대까지 선보인 이들의 열정에 현장 분위기는 환호와 박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세븐틴(에스쿱스, 정한, 조슈아, 준, 호시, 원우, 우지, 디에잇, 민규, 도겸, 승관, 버논, 디노)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제13회 '유네스코 청년포럼'에서 연설과 공연에 나섰다.

세븐틴에게 배정된 스페셜 세션은 무려 1시간 동안 진행됐다. K팝 아티스트가 유네스코 총회 기간 행사에서 하나의 세션을 통째로 배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2003년, 2005~2009년, 2013~2017년에 이어 4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국에 도전해 이달 말 선출 여부 결정을 앞둔 상태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연설 시간이 다가오자 장내에는 "세븐틴"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븐틴의 노래가 재생되자 떼창이 나오기도 했다.

세븐틴은 2015년 데뷔한 이래 청춘의 갈등과 방황을 노래하며 '비관하며 좌절하는 대신 지치지 말고 함께 싸워 이겨내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이들은 이날 '청년 간의 연대와 교육이 청년과 지구의 미래를 바꾼다'는 주제로 연설했다.


제일 먼저 연단에 선 승관은 "우리의 이야기가 여러분들과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공감과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자기 고향인 제주도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제주도는 제가 오늘 서 있는 유네스코로부터 2002년에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2007년에는 역시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2010년의 유네스코는 제주를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해주셨다. 유네스코가 한 지역을 자연환경 분야 세 개 부문에 동시에 지정한 건 제주도가 세계 최초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이 아름다운 섬, 그러나 수도 서울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진 섬에서 저만의 꿈을 키웠다.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 언젠가 수많은 팬 앞에서 공연하겠다는 K팝 스타라는 꿈"이라면서 "제주도 바다와 오름 곳곳을 누비며 친구들과 서로의 꿈을 이야기했다. 꿈을 나눌수록 제 가슴 속은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도전과 열정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가 지정해주신 세계자연문화유산이라는 섬에서 미래를 꿈꾸던 작은 소년은 오늘 이렇게 유네스코 본부에 섰다"며 연설에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어로 연설을 시작한 준은 "중국 광동성 선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며 처음 세븐틴 멤버들을 만났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멤버들은 다들 뛰어난 능력자들로 보였다"며 "어려서부터 배우로 활동하다 보니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았고, 이러한 도전을 감당할 수 있을지, 팀에 지장을 줄 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기에 언어의 장벽도 굉장히 큰 고민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님이다. 함께 연습하고, 함께 창작하고, 점차 더 나은 자신이 됐다"면서 "오늘 세븐틴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건, 우리가 힘든 상황을 직면하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13명은 서로를 도와주며 한걸음 한걸음 여기까지 왔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우지는 '긍정'의 힘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세븐틴은 데뷔 9년 차에도 팬이 늘고 성장하고 있는 그룹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을 처음부터 기대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쟤들은 실패할 거야'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우린 좌절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우지는 "좌절하기엔 너무 젊었고, 꿈에 대한 열정도 조금도 식지 않았다. 더구나 우리에겐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자 따뜻한 마음을 지닌 동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소중한 멤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성공이 빠르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열세 명의 멤버들과 함께 열정을 불태우는 시간은 언제나 즐거웠다. 멤버들은 늘 유쾌했고, 그 어떤 경우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우리 연습실은 늘 '파이팅', '조금만 더'라는 긍정적인 말들이 넘쳐났다. 부정적인 외부의 말들보다는 멤버들의 쾌활한 목소리에 집중하면서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잘 될 거라는 믿음은 확신처럼 굳어졌다"면서 멤버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감사를 표했다.


민규는 기부 사례를 바탕으로 '꿈'과 '성장'을 이야기했다. 그는 "데뷔 다음 해인 2016년 가을 아주 행복한 일을 맞았다. 가수를 데뷔한 뒤 처음으로 정산을 받게 됐다"면서 데뷔 기념일에 맞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아이들에게 자기들의 이름을 딴 13마리의 염소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자니아 아이로부터 염소와 찍은 사진과 함께 편지를 받았다면서 편지에 '꿈을 위해 염소를 잘 키울게요'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민규는 "이 메시지가 저희의 눈을 오랫동안 붙잡았다"면서 "꿈을 위해 달려온 과정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는 "데뷔하고 6개월 뒤 연 공연에 관객이 800명도 되지 않았다. 데뷔 앨범은 발매 당시 1400장밖에 팔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희는 탄자니아 어린이가 그랬듯 꿈을 위해 함께 가르치고 배우고 성장하며 달려왔다"면서 "세븐틴은 데뷔 9년 차인 올 한해에만 15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800명밖에 되지 않던 공연은 이제 온오프라인으로 100만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 즐겨주신다"고 했다.

이어 "꿈의 나눔은 곧 긍정의 나눔이자 희망의 나눔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슈아는 영어로 세븐틴과 유네스코의 인연에 대해 전했다. 세븐틴은 지난해 8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교육캠페인 '고잉투게더'를 체결했다. 이후 공식 응원봉에서 착안한 캐릭터 '봉봉이'에서 영감을 얻은 서체 '봉봉이체'를 통한 모금액에다 지난해 월드투어 공연의 수익금 일부를 보태 아프리카 말라위의 교육 지원에 사용했다. 또한 팬미팅에서 캠페인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소외 계층에 대한 지원과 교육의 미래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이번 연설에 앞서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유네스코 본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조슈아는 "현 시대의 중요한 과제인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유네스코의 엠버서더로 적극 활동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제 저희는 보다 큰 책임감으로, 보다 넓은 지역에서, 보다 많은 일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움은 세븐틴이 그랬듯 한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의 꿈을 확장시키며,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서 "함께 배우며 함께 가자"라고 외쳤다.

버논은 세븐틴 노래 가사 '여러분, 함께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세요', '서로의 보살핌이 있다면 우리는 세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 수많은 내일들의 용기가 되어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는, 서로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춤추며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라면 절대 길을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갈 것입니다' 등을 소개하며 "오늘 우리의 이야기와 노래까지 들으신 뒤에 이런 노랫말들이 더 큰 의미로 되새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쳤다.



분위기는 폭발적이었다. 유쾌함이 강점인 팀답게 세븐틴은 마냥 무겁지 않게 웃음을 띠며 연설을 이어갔고, 팬들은 스크린에 멤버들의 사진이 띄워질 때마다 웃음을 터트렸다. 멤버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도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지는 연설 도중 "호응이 너무 좋다"며 놀라기도 했다.

이어진 공연은 세븐틴의 여유로운 무대 매너와 팬들의 떼창으로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세븐틴은 '월드', '달링', '헤드라이너', '음악의 신', '같이 가요'까지 총 5곡으로 풍성하게 무대를 꾸몄다. '음악의 신'을 부를 땐 객석으로 달려 나가 관객들과 함께 뛰어놀았다. 연설장이 단숨에 콘서트장으로 바뀌는 기적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한편 유네스코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창설됐다. 인류가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 교육과 과학, 문화 진흥을 통해 공동 번영하자는 취지로 발족했다. 유엔 기구 중 유일하게 회원국마다 국가위원회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1950년 유네스코에 가입했고 1954년 한국위원회를 설립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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