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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양국이 ‘기후위기 대응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며 우호적 제스처를 취해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동안 패권 경쟁을 이어온 미·중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회복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위기 대응 협력 성명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와 중국 생태환경부는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공개했다. 이번 성명은 존 케리 미국 기후문제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의 지난 7월 베이징회담과 이달 서니랜드회담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양국은 에너지 정책 전략 대화를 재개하는 한편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민간 실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또 미·중은 양국 기후특사가 공동으로 주재하고 양국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2020년대 기후행동강화 워킹그룹’을 가동할 방침이다. 워킹그룹은 에너지 전환, 메탄, 순환 경제, 효율적인 자원 이용, 저탄소, 지속 가능한 도시, 삼림 훼손과 탄소 배출 통제·절감 등의 주제를 다루게 된다. 공동성명이 발표되면서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군사 대화 재개와 더불어 기후 변화 분야에서도 양국의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경쟁하고자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 필요하다면 협력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후 변화, 청정에너지 등의 의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동 문제’ 해결책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댈 전망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동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중국은 중동에 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어떤 측면에선 미국이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경제 분야에서 어떤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미국이 공급망 분리 정책과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통제 정책을 강화하면서 양국의 경제 협력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경제가 외부 충격이나 분쟁에서 회복력을 갖추기 위해선 중국 산업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미·중의 경제적 ‘이혼’과 완전한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제품이 미국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고, 중국 또한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의 다툼이 격화하고 있지만 양국이 공생관계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IPEF 무역 분야 합의는 어려울 듯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중 공급망 분리 정책의 ‘상징’으로 꼽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무역 분야 협상 결과는 16일 열리는 IPEF 정상회의에서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IPEF 합의가) 중대한 진전이 있었지만, 완료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 분야에 남은 현안이 있다고 설명했다.IPEF 무역 분야는 참가국의 경제 수준과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또 동맹 구축을 위해서 미국의 이권을 일정 부분 포기할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IPEF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신통상 전략이 총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무역 분야 합의 연기가 미·중 정상회담에는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이지훈/워싱턴=정인설 특파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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