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포 등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 관련 로드맵을 제시했다. 먼저 ‘자치시’ 형태로 서울에 들어온 후 6~10년에 걸쳐 ‘자치구’로 전환하는 2단계 편입 방안이다. 서울로 바로 편입될 경우 생길 수 있는 각종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지대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오 시장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면서 김포와 구리를 시작으로 서울 편입 논의에 다시 한번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 13일 오 시장과 만난 백경현 구리시장이 제시한 방안이기도 하다. 구리와 김포 등 경기도의 시가 서울의 구로 편입될 경우 발생할 여러 재정적 불이익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현재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정부로부터 교부세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80%를 보조하는 생계 급여도 50%만 받는다. 보육료 보조율도 65%에서 30%로 줄어든다. 서울에 바로 편입될 경우 김포시장과 구리시장이 도시계획 수립권 등 14개 분야 42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자치시로 편입하면 이 같은 재정 및 권한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김포 등이 서울에 바로 편입되면 해당 지역에 대한 재정지원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강남구, 서초구 등 이른바 ‘부자 지역’에서 걷은 지방세를 다른 구에 나눠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 도시가 새로 편입되면 분배되는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비강남 지역의 우려였다.
이날 특위는 김포 등이 서울에 편입되더라도 대입 농어촌 특례 혜택은 5~6년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특례를 위해 김포로 이주한 학부모 등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서다. 조 의원은 “수험생들의 불이익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오 시장은 “런던,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변 도시 편입을 통한 확장 정책을 시행해 왔다”며 “한국에서도 메가시티 논의가 의제로 급부상해 김포와 구리의 서울 편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권까지 바라보고 인접 시의 서울 편입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자치시 도입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이재원 부경대 지방행정학부 교수는 “1995년 경남 기장군을 부산광역시에 편입하며 군 단위 행정구역을 유지하도록 한 사례는 있지만 국고보조율까지 손댄 사례는 없다”며 “해당 지자체에 특혜를 주는 것인 만큼 특별법으로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김대훈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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