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해소한 사람이 우승하는 대회다. 지난 7월 코엑스에서 열린 1회 대회에선 잠을 잔 뒤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참가자를 우승자로 뽑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달 열린 ‘스트레스 제로 킹 in 제주’ 대회에도 수백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사연 공모를 통해 선발한 24명의 출전자 중 가장 눈길을 끈 사람은 우승자가 아닌 꼴찌였다. 전 야구선수 김태균(41)이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은퇴 뒤 휴식을 취하지 못해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색다른 이벤트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사진)가 개발한 ‘힐링비트’가 있다. 힐링비트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얻는 자율신경변이도(스트레스 지수, 스트레스 저항도,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을 분석해 정량적 점수로 도출) 데이터를 분석해 스트레스 양을 측정한다. 여기에 개인별 ‘심박동수’ ‘심전도 파형’ 데이터 분석 수치를 더한다. 이를 기반으로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사운드를 제작해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른바 ‘사운드 테크놀로지’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스포츠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배 대표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주파수(432㎐)를 일률적으로 쏴주는 기존 제품들은 ‘일방향적’인 사운드를 수동으로 구현했다”며 “힐링비트는 한발 더 나아가 개인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양방향 맞춤형 사운드테크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원래 간호사였다. 건양대에서 간호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여러 대학 병원에서 마취과 간호사로 일하며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병원에서 항상 보는 게 환자들의 심박동수와 심전도 파형이었다”며 “심전도 파형과 소리의 관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힐링비트가 지닌 ‘맞춤형 솔루션’이라는 장점을 살려 기업 간 거래(B2B)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안마의자나 자동차 등 스피커가 있는 곳에서 힐링비트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운동선수 등 VIP를 위한 맞춤형 스트레스 해소 소리를 직접 만들어 메모리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스트레스를 표현하기 힘든 발달장애인과 소리에 민감한 시각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배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은 청각이 발달해 주변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에도 놀라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공황장애 디지털 치료기기 등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