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편의점에 대당 13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커피머신이 빠르게 깔리고 있다. GS25가 커피머신에 총 2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한발 먼저 치고 나가자 CU도 맹추격에 나섰다. 편의점 커피는 접근성과 저렴한 가격이란 강점에 더해 품질까지 개선돼 연 7조원 규모의 커피전문점 시장을 위협하는 ‘게임 체인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피머신에 2000억원 투자한 GS25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전국 점포 1만7000곳 중 1만4000곳(82%)에 스위스산 에스프레소 머신 ‘유라’가 보급됐다. 지난해 말 1만3000곳(79%)에서 추가로 1000여 곳 늘어난 것이다.GS25는 2015년 12월 자체 커피 브랜드 ‘카페25’를 론칭하면서 최고급 원두와 커피머신을 도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당시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카페25가 압도적 차별성을 갖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가맹 편의점에 대당 1300만원에 달하는 커피머신을 배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전액 본사가 부담했다. 지금까지 GS리테일이 커피머신에 투입한 금액은 총 2000억원. GS리테일의 지난해 영업이익 2451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GS25가 유럽산 고급 커피머신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을 두고 초기엔 ‘미쳤다’는 시각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카페25는 지난 10월 기준 GS25의 전체 일반 상품(담배 제외) 중 독보적인 판매량 1위다. 매년 20% 넘는 매출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커피를 사면서 다른 제품을 같이 사는 ‘병매율’은 81%에 달한다.
◆7조원 커피전문점 시장 ‘게임 체인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지난해부터 대당 1300만원짜리 커피머신을 도입했다. 세계 상업용 커피 머신 시장점유율 1위인 이탈리아 전자동 머신 ‘라심발리’를 들여왔다.라심발리가 배치된 점포 수는 지난해 말 350곳에서 올해 10월 기준 4000곳을 돌파했다. CU의 커피 브랜드 ‘겟커피’의 매출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6% 불어났다.
세븐일레븐 역시 커피에 공을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세븐일레븐은 에스프레소 방식이 아니라 드립 방식으로 원두커피를 추출해 판다. 원두커피는 세븐일레븐에서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상품 1위를 차지했다.
이마트24도 1000만원이 넘는 이탈리아 커피 머신 ‘세코 그랑 이데아’를 도입했다. 여러 원두를 혼합한 '블랜딩'이 아닌, 브라질 세라도에서 생산하는 '싱글 오리진' 원두를 고집하고 있다.
편의점들이 커피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커피 전문점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각종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편의점 커피가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한 잔에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이 좋은 편의점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편커(편의점+커피)족’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 전문점이 쓰는 커피머신이 들어오면서 커피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저가 커피 전문점 브랜드뿐 아니라 중고가 브랜드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는 6조9395억원으로 전년보다 8.3% 커졌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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