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6일 발간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서 한지우 조사국 고용분석팀 조사역과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고소득·고학력 전문직이 AI 기술의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의 경우 고용이 줄고 임금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른 수행 가능 업무를 식별하고, 직업별로 해당 업무에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분석해 AI노출지수를 파악했다. 그 결과 화학공학 기술자, 발전장치 조작원, 금속재료 공학 기술자 등이 노출지수가 상위 1%로 높았다. 이런 일자리는 대용량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기 적합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 고소득 직업인 일반 의사도 역시 상위 1%였다. 이 밖에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등의 노출지수도 높았다. AI가 비반복적, 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하면서 이들 일자리에 타격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반면 숙박음식업, 예술·스포츠·여가를 비롯한 대면 서비스업 등은 AI노출지수가 낮았다. 대학교수, 가수, 성직자 등도 AI가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양상과는 다른 것이다. 관련 기술 발전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지만 이들 분야에선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저소득 일자리가 먼저 사라졌다.
보고서에서는 AI노출지수가 상위 20%인 직업이 사라질 경우 해당하는 일자리 규모를 341만 명으로 추산했다. 전체 일자리의 12%에 이른다. 노출지수 상위 25%까지 대체될 경우 규모는 398만 명, 14% 수준까지 늘어난다.
한은은 “AI가 도입돼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기술 수요는 여전히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가 할 수 없는 사회적 기술, 팀워크 능력, 의사소통 능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이 앞으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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