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전문가 자문기구인 민간자문위원회가 16일 “국민연금 구조개혁에 앞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전반적인 연금 구조개혁안이 완성되면 그에 맞춰 모수개혁을 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입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당정은 민감한 수치부터 꺼내들면 정쟁으로 번지고 여론도 나빠져 개혁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숫자 언급을 꺼려왔다.
앞서 정부가 마련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는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성만 강조했을 뿐 구체적 수치는 빠져 있었다. 또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시나리오를 총 24개나 제시해 결론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자문위가 압축 제시한 두 가지 안은 사실상 소득보장 강화 진영과 재정안정 진영이 각각 던진 최종 수치로 평가된다.
당초 정치권은 자문위에 모수개혁이 아니라 구조개혁안을 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정부가 하겠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자문위가 이런 요구와 달리 모수개혁안을 꺼내든 것은 지금처럼 논의가 더디면 개혁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전체적으로 다 조정하려면 워낙 큰 사안이 돼서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끝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용하 공동위원장도 “모수개혁이 안 되는데 구조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한 자문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구조개혁에 정말 의지가 있다면 진작부터 논의를 서둘러도 될까 말까”라며 “모수개혁도 정부가 한다고 했지만 수치를 내놓지 않으니 자문위라도 나서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연금특위 위원장도 이례적으로 당정의 방침과 달리 정부에 “모수개혁안을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다. 주 위원장은 “공론화위원회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안건을 주고 의견을 물어야 한다”며 “특위가 총선 직전에 마지막 결심만 남겨 놓을 정도로 논의를 성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여당 특위 간사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모수개혁은 연금개혁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며 “구조개혁이야말로 모수개혁을 포함하는 연금개혁의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정부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은 앞서 구조개혁의 두 가지 큰 축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방식을 청년세대부터는 현행 확정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하는 것과 기초연금을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통합해 나가는 안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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