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16일 만나 수도권 대중교통 카드 문제, 쓰레기 매립장 등 공통 현안을 논의했다.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주장으로 빚어진 세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을 누그러뜨리는 자리가 됐다는 평이 나온다. 그러나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린 탓에 뚜렷한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교통카드 정기권 통합 논의
세 지자체장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찬을 함께하며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7월 경기 수원시 옛 경기지사 공관 도담소에서 만난 이후 4개월여 만이자 작년 7월 첫 모임 이후 다섯 번째 ‘3자 회동’이다.이번 모임은 최근 김 지사 장모상 상가에 오 시장과 유 시장이 조문하면서 성사됐다. 애초 오는 24일께 인천에서 만날 예정이었으나 경기지역 도시의 서울 편입 논란이 불거지며 일정을 앞당겼다.
서울시가 도입할 기후동행카드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참여하는 문제가 먼저 테이블에 올랐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월 6만5000원에 시내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시범 사업을 할 예정이다.
서울은 수도권 주요 교통망을 공유하는 경기도와 인천시의 합류를 바라고 있다. 오 시장은 기후동행카드 사업을 2003년 마련된 수도권 통합환승 할인제 이후 수도권의 교통을 획기적으로 바꿀 대형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서울의 일방 추진’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달 도 국정감사에서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하는 ‘더(The) 경기패스’ 정책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인천시도 내년 1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시범 사업에 참여가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날도 김 지사는 서울과 경기는 버스 체계가 달라 정기권보다 사용 횟수에 따라 환급해주는 패스형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 편입·메가시티도 ‘첨예’
지난 만남에서 세 지자체장은 인구 2600만 명을 보유한 수도권 지자체들이 서로 협력하자는 취지의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수도권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지만 김포시가 서울 편입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회동의 주요 주제는 애초 대중교통 통합 운영과 수도권 대체 매립지 확보였다.김포 편입에 신중론을 이어가던 오 시장도 국민의힘 당론으로 ‘서울 메가시티’를 추진하자 최근 김병수 김포시장과 백경현 구리시장을 연이어 만나 공동연구반을 꾸리는 등 행동에 나섰다. 오 시장은 “메가시티가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지사와 유 시장은 ‘서울 확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 지사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국토 갈라치기”라고 연이어 비판했고, 유 시장은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정치공학적 ‘표퓰리즘’” “실현 불가능한 정치쇼”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유 시장이 당론으로 추진되는 김포의 서울 편입을 공개 비판하는 이유는 김포가 편입 대가로 수도권 매립장을 서울에 내주는 빅딜설이 나돌고 있어서다. 김포와 인천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서울 편입론을 두고도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김포시장과 만난 이후 “서울 편입 지자체에 기피시설을 옮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도권 매립장을 둘러싼 갈등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세 지자체장은 이날 ‘불편한 회동’을 했지만 더 자주 만나야 갈등을 풀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최해련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