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11번가, 큐텐과 매각 협상 중단

입력 2023-11-17 08:09   수정 2023-11-17 08:11

이 기사는 11월 17일 08: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스퀘어가 큐텐(Qoo10)과 벌였던 11번가 매각 협상을 중단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최근 큐텐에 11번가 매각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양사는 앞서 11번가와 큐텐을 합병해 공동경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실사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11번가는 9월 말 큐텐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실사 권한을 부여한 상태다.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 인수에 이어 11번가까지 품으려던 큐텐의 '이커머스 청사진'도 틀어지게 됐다. 큐텐은 11번가까지 인수할 경우 쿠팡에 대적할 시장지배력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시가총액 43조원에 거래되는 쿠팡을 비교군으로 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큐텐은 IMM인베스트먼트와 코스톤아시아로부터 5000억원 투자유치를 받아 이 자금으로 11번가를 인수하려 했다. IMM인베스트먼트와 코스톤아시아는 이 자금을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다. 큐텐 기업가치는 최소 3조원 수준에서 논의됐다.

큐텐과 SK스퀘어는 5000억원 현금이 수반되는 거래구조엔 합의했지만 지분스왑을 위한 합병비율 산정에서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큐텐은 11번가 기업가치로 1조원을 최대치로 고수했다. 11번가가 올 들어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작년에 비해 급감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SK스퀘어는 2018년 투자유치로 평가받은 2조7500억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최대한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산정하고 싶어했다.

큐텐에 매각이 불발되면서 향후 SK그룹의 11번가 전략에도 관심이 모인다. 매각 전략을 계속 이어나갈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들은 지난달부터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까지 묶어 팔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상태다. H&Q코리아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가 지난 201년 각각 4500억원, 500억원을 투입해 11번가 지분 18.18%를 확보했다. 최대주주는 80.26%를 보유한 SK스퀘어다. 나머지 1.55%는 자사주다. SK스퀘어는 투자 대가로 올해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지만 IPO 추진이 불발되면서 투자금 5000억원에 연 3.7%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막판 다른 인수 후보와 매각 협상을 재개할지 지켜봐야 한다. 11번가는 9월까지 아마존, 알리바바와도 동시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이중 알리바바는 추석 연휴 직전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알리바바는 SK그룹이 최소 20~30%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 남는 형태를 제안했다. SK 내부에서 '중국 기업에 자금이 유출된다'는 부정 여론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커 이 협상은 중단됐던 바 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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