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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한국과 일본은 제작비부터 다릅니다. 스태프 단가도 다릅니다. 드라마도, 영화도, 예능도 광고도 모두 높아요. 한국이 9배 정도 높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가수 김재중이 일본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공개한 한국과 일본의 출연료 차이 발언이다. 김재중은 한국과 일본의 출연료 차이를 묻는 진행자에게 이렇게 답했고, 이를 본 다른 출연자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한국으로 가버리는 거 아니냐"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례. 2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가 작성한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억'급이었다. 공개된 자료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 인물은 SBS '법쩐'의 주인공 이선균으로 회당 2억원이었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 출연한 남궁민이 1억60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12부작인 '법쩐'을 마친 이선균은 이 드라마 출연료만으로 24억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출연료 공개 후 몇몇 관계자들은 "해외 판매가 되는 한류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는 더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연출자는 "구두로 출연의 합의한 후 무리하게 출연료를 부르다 캐스팅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한 작품의 주인공이 바뀐 사례를 예로 들었다.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제작 규모가 커진 만큼 출연료 역시 천정부지로 올랐다. 2012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할 당시, "회당 출연료 1억원 시대에 도달했다"고 놀라워했지만, 요즘은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의 출연료가 1억원을 넘는 건 흔해졌다.
"한 해에 제작되는 드라마가 200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역대급 호황'으로 불린 지난 몇 년 동안 몇몇 유명 배우들이 "회당 출연료 5억원을 불렀다", "출연료에 지분을 더해 10억원 정도를 요구했다" 등의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해외에서 관심을 받는 젊은 남자 배우의 경우 "부르는 대로 출연료가 올라간다"고 했을 정도였다. 처음으로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에서 주목받은 후 단숨에 출연료를 2배 이상 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캐스팅이 급한 입장에선 조율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올해엔 상황이 급변했다. 한 제작 관계자는 "대부분의 방송사에서 '수목드라마'로 불리는 시간대를 폐지했고, OTT 플랫폼들도 적자 누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 진행 중이던 기획안도 엎어지는 게 부지기수"라며 "제작 편수가 5분의 1수준인 40편 정도"라고 귀띔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역시 내실을 다지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예능 역시 규모가 커지면서 회당 제작비, 출연료도 높아졌다. 2000년 6월 김구라의 웹 콘텐츠 '구라철'에서 김구라가 동료 염경환의 출연료로 "300(만원) 정도면 기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섭외 전화를 했던 작가가 "300정도면 기뻐하신다고요? 저는 더 많이 생각했는데"라고 말했다. 촬영 조건은 일주일에 1번, 1박2일 촬영이라는 점에서 고정 출연 프로그램 하나로 매달 1000만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유튜브 시장이 커지면서 방송과는 또 다른 시장이 열렸다. 대규모의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버라이어티가 아닌 소소한 재미를 주는 콘텐츠에 열광하는 반응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나영석 PD, 김태호 PD와 같은 스타 연출자들도 규모를 줄이고 실험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의 경우 배우 김기방,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와 제작진 4명이 액션캠을 들고 촬영에 나선다. '콩콩팥팥'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는 "보통 이 정도 출연자가 나오는 야외 예능 프로그램을 찍을 때 500평 정도의 밭에 4명 출연자가 나오면 적어도 30명 안에 있다"며 "그런데 저희는 출연자 4명 PD, 작가 4명뿐이라 조금 더 가볍고 격식 없게 촬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고와 투자는 감소하고,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가 줄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요즘 너무 힘들다"는 아우성이 업계에서는 흘러나오고 있다.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며 수익 개선을 고민하며 "제작 규모는 커졌는데, 돈줄은 막혀 앞으로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출연료가 다시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제작 관계자는 "제작 편수가 줄어드니 '확실한 카드'를 찾게 되고, 콘텐츠 제작에 가장 확실한 카드는 캐스팅"이라고며 "배우의 입김은 세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만 '확실한 카드'에 대한 기준이 이전과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과거엔 광고가 잘 팔리는,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있는지를 따졌다면 요즘은 무조건 해외 판매"라며 "시청률이 높다고 난리 난 작품이 판매가 부진해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시청률이 바닥을 친 드라마가 해외 판매가 대박 나 수익률이 오히려 더 좋은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기준이 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에도 경제 불황과 제작 현실의 어려움을 함께 타개하자는 취지로 방송 3사와 드라마제작사협회, 매니지먼트협회가 결의해 출연료 상한제를 시행했지만, 몇 년 만에 흐지부지된 사례를 들며 "시장경제 사회에서 출연료를 깎는 게 가능하겠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출연료 상한제는 회당 출연료를 1500만원으로 동결하는 것으로 당시 최고 인기였던 고현정, 권상우, 김혜수, 박신양, 류시원 등이 동참 소식을 알려 더욱 주목받았다. 출연료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시끄러운 상황에서 송승헌은 출연료의 50%, 최지우는 40%를 자진 삭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고, 캐스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출연료 상한제는 흐지부지됐다.
한 제작사 대표는 "출연료를 비싸게 받는다고, 받는 사람을 탓해봐야 시장이 변하겠냐"며 "높아진 인건비로 제작을 하는 게 어렵지만, 이 부분은 답이 안 나오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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