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과 손잡았다. 미국 내 자동차 구매자는 내년부터 아마존에서도 온라인으로 현대차를 살 수 있다. 2025년부터 미국에서 출시하는 현대차 신차에는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가 들어간다.
현대차와 아마존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2023 LA 오토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에서 완성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사업·판매 네트워크를 넓히고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미국에서 현대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아마존에서 모델과 색상, 기능 등을 검색하면 해당 지역에서 구입 가능한 차량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딜러가 자신이 보유한 신차·중고차 매물을 아마존에 올려두면 소비자가 가격과 구매 혜택 등을 한눈에 비교해 차를 고르면 된다.
다만 한국에서 미국 아마존을 통해 현대차를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차는 국내에선 광주글로벌모터스에 위탁생산하는 캐스퍼만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현지 18개 딜러사, 내년부터 판매
딜러 간 가격 경쟁도 촉진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 가격은 딜러가 개별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저마다 다르게 책정된다”며 “딜러로서도 소비자 기반을 넓히기 위해 오프라인보다 대당 마진을 줄여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유인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미국 전역에 840개 딜러망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에 따르면 이 가운데 2%가량인 18개 딜러가 선제적으로 내년 1월부터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내년 하반기 이후 더 많은 딜러가 합류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해온 현대차는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을 통해 온라인 판로를 대폭 넓힐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미국에서 온라인 직판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운영하고 있다. 테슬라가 ‘100% 온라인 판매’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코로나19를 계기로 자동차도 비대면 구매가 익숙해지면서 해외에선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아마존은 현대차를 시작으로 더 많은 완성차 업체와 온라인 판매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미국에서 출시하는 신차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도 탑재하기로 했다. 음성만으로 음악, 팟캐스트, 오디오북을 재생하고 알람 설정, 일정 확인, 아마존 쇼핑까지 할 수 있다. 알렉사 플랫폼의 ‘스마트홈’ 기능을 활용해 차 안에서 집 안의 조명을 조절하거나 난방을 켜고 현관문 단속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존 미국 출시 차량에는 사운드하운드의 기술을 적용해 기본 음성 인식 기능만 제공했지만 알렉사가 탑재되면 차량 기반 사물인터넷(IoT)도 활용할 수 있다”며 “궁극의 커넥티드카 기술인 ‘카 투 홈’(차와 집 연결)을 미국에서도 실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또 데이터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클라우드 우선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기존에는 연구개발에서 고객 서비스 지원에 이르는 모든 데이터를 물리적인 데이터 센터에서 보관·운영했지만 앞으로는 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다.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보다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 현대차는 생산 최적화와 공급망 관리, 보안·재해복구, 커넥티드카 개발에 AWS를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아마존과 함께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는 아마존의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이라며 “향후에도 현대차와 함께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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