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해임된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이사회와 올트만 간의 의견 충돌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올트먼은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내 추도사를 읽고 있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올트먼과 이사회 사이에는 AI 안전성, 기술 개발 속도, 사업화 등에서 이견으로 논쟁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회사 공동 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와 의견 충돌을 주목했다. 수츠케버는 지난 7월 ‘초지능’ AI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팀을 사내에 만들었다. 그러나 한 달 전 사내에서 수츠케버의 책임 범위가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올트먼과의 불화가 불거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수츠케버는 이후 이사회에 이의를 제기했고, 조지타운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의 헬렌 토너 등 일부 이사들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오픈AI 내부에서는 출발 당시부터 강력한 AI 도구의 책임 있는 개발 문제를 놓고 균열이 있었다”고 전했다.
AI의 안전성과 사업화를 둘러싼 이견은 오픈AI를 공동 설립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8년 이 회사를 떠나고, 2020년 일부 직원들이 퇴사해 경쟁업체인 ‘앤스로픽’을 설립한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트먼의 야심이 이번 해임에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올트먼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AI용 반도체 칩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에서 수백억 달러 조달을 모색해왔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올트먼은 일본 소프트뱅크에도 AI 기기 개발을 위한 기업 설립에 투자할 것을 설득해왔다. 또한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같은 서비스를 론칭해 오픈AI의 최대주주이자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만든 것도 이번 해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올트먼의 해임과 함께 이사회 의장인 그레그 브록먼도 사임하게 됐다. 그는 지난 17일 밤 성명에서 “나와 올트먼은 이사회의 결정에 충격을 받았다”며 “우리도 아직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사회가 해임 통보를 구글 화상회의를 통해서 했다”며 “일리야가 샘에게 그가 해고될 것이며 곧 이 소식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올트먼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나는 여러분 모두를 사랑한다”면서 “오늘은 많은 면에서 이상한 경험이었다. 마치 당신은 아직 살아있는데 당신에 대한 추도사를 읽고 있는 것과 같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트먼의 해임으로 사내에 올트먼을 지지하는 직원들의 이탈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올트먼의 해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 회사의 선임 연구원 3명이 사직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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