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청년 일자리 예산' 2400억 통째로 날린 야당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11-19 16:10   수정 2023-11-19 16:16



국회 상임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해 편성한 약 2400억원 규모 사업비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전액 삭감됐다.

야당의 사회적기업 등 예산 증액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자 ‘윤석열표 청년 일자리 예산’을 통째로 날려버린 것이다.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일본 정상과 합의한 대학생 교류 관련 예산에 대해서도 삭감을 주장했다.
청년 구직활동 촉진 예산 통째로 삭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청년 취업진로 및 일 경험 지원’ 예산 2383억원을 전액 삭감 의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주도의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불참했다.

청년 취업진로 및 일 경험 지원 예산은 크게 ‘청년 일 경험 지원’과 ‘청년 도전지원’ 예산으로 구분된다. 청년 일 경험 지원은 채용시장에서 기업들이 직무 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구직활동을 시도하는 청년들이 직무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업탐방, 프로젝트 부여, 인턴십 등을 통해 양질의 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내년엔 대상자 수를 4만8000명으로 올해(2만명) 대비 두 배 이상 늘려잡았다.

청년 도전지원은 구직의사가 없어 ‘니트족’(NEET·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으로 불리는 청년들에 특화된 취업 지원 사업이다. 심리 상담, 고용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니트족의 노동시장 참여 및 취업 촉진을 지원한다.

니트족은 통계상 ‘쉬었음’으로 집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15~29세) 중 쉬었음 인구는 올해 1~10월 월평균 41만명으로 1년 전보다 2만명 늘었다.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 15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민간과 공공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7만4000명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들 사업의 단기성 등을 문제삼으며 삭감의 칼날을 들이댔다. 환노위 예산결산소위원장인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일 경험 사업은 단기간 기업 탐방으로, 일자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 최근 수십 배씩 예산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근 청년이 가장 원하고 기업이 원하는 청년 일 경험과 니트 청년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업이 전액 삭감된 부분은 심히 우려가 크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진 의원은 “단기성 체험 위주의 사업으로 실적이 저조하고 실질적으로 취업률을 제고하기 어려운 사업이므로 감액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했던 사회적기업 지원과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예산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보복성 조치’로 삭감에 나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청년예산을 대하는 민주당의 도 넘은 삭감을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의 미래세대와 청년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공당으로서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9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내년도 고용부 예산안서 사회적기업 예산이 올해 대비 크게 삭감된 것에 항의했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윤 대통령의 ‘민간 보조금 비리 척결’ 한마디에 지난 십수 년간 민간 전문가들이 수행해 왔던 사회적기업 지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등 여러 민간 보조금 사업들을 단칼에 폐지시켰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 사회적기업 육성 관련 고용부 예산은 올해 939억원이었다. 내년 예산은 69.5% 줄어든 286억원으로 편성됐다.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은 4296억원에서 65.9% 삭감된 1490억원이 편성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한 사회적기업은 각종 보조금 비리에 연루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청년내일채움공제의 경우 신청 대상이 대폭 줄면서 종료 수순을 밟고 있어 편성된 예산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일 대학생 연수 예산 삭감 시도
교육위원회에서는 일부 야당의원들이 미국·일본 정상과 청년 교류 확대 합의에 따라 증액된 대학생 연수 사업(WEST, Work English Study Travel)의 삭감을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국내 대학생들을 미국에 보내는 한·미 대학생 연수 사업 예산으로 63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대학생 연수 참여인원을 연 2000명에서 250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한·일 청년 교류 활성화를 위해 한·일 대학생 연수 사업(5억8600만원)도 신규 편성했다. 이에 대해 도종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교육위 예결소위에서 “정상회담하고 난 뒤에 이렇게 막 예산 지원해서 이것 하자 식으로 즉흥적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사업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중국도 미국과 일본 못지 않게 굉장히 중요한 국가인데 이런(대학생 연수) 사업에 대한 고민이 좀 필요하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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