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초과이익’에 횡재세를 부과하겠다는 거대 야당의 발상부터 그렇다. 더불어민주당은 고금리·고유가의 혜택을 받은 은행·정유사뿐 아니라 앞으로 외부 변수에 의해 뜻하지 않게 많은 돈을 벌게 될 다른 업종 기업들에도 횡재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의적 행세를 하면서 얼마나 많은 표를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초과이익이고 그중 얼마를 회수하겠다는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한국에선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민간 기업의 사적 계약을 무력화하고 수익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것이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진짜 이유다. 더욱 기가 막힌 일은 자유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는 보수 여당마저 횡재세엔 반대한다면서도 초과이익 환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포퓰리즘의 주도권을 거야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금융감독원장이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은행의 배당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해도 은행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0.4배에서 요지부동인 건 사실 이런 까닭이다. 경영으로 바빠야 할 금융지주 회장들이 총출동해 금감원장 옆에 줄지어 서 있는 기이한 모습에 투자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낮은 배당 성향은 두 번째 문제다.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노조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불리는 이들 법안이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을 계산해내는 건 신의 영역에 가깝다.
그래서 총선을 앞둔 투자자와 기업들은 숨죽이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포퓰리즘도 잦아들 것으로 막연히 기대하지만, 그다음 선거가 오면 또다시 반복될 것이란 걸 경험적으로 안다. 이런 불안이 쌓여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수십 년째 굳어졌다. 주가를 떨어뜨리는 건 공매도가 아니다. 곳곳에 만연한 정치 리스크다. 때아닌 공매도 금지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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