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첫날부터 재택 조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두 그룹 간 격차가 벌어졌다. 결론은 재택근무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에 비해 18%나 낮다는 것. 앞서 미국 내 콜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사무실 근무에 비해 8%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상식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으로 사람들이 게을러졌다”는 것이다. 재택근무의 3대 적은 침대, TV, 냉장고다. 대면 소통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 끌어내는 역할도 한다. 항상 약속을 잡고 해야 하는 온라인 회의보다는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일에 대한 영감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재택이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의 미라 카르잘라이넨 교수는 “부와 주거 수준에 따라 재택근무가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큰 집에 사는 사람이 작은 집에 사는 사람보다 독립적인 업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두 사람 간 업무 효율성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외모도 불평등 요인이 된다고 한다. 줌(zoom)으로 화상회의를 할 때는 대면 회의 때보다 외모 집중도가 더 높아져 호감도에 따른 선입견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빅테크들은 재택근무를 놓고 아직도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올 5월부터 주 3일 이상 회사 출근 방침에 직원들이 반발하며 파업까지 벌이자 8월에는 해고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이번엔 승진 시 배제할 수 있다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는 ‘호의’가 계속돼 ‘권리’인 줄 안다며 직원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직원들에겐 재택근무는 봉급 8%와 맞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복지의 일환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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