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2021년 ‘쿤달 샴푸’(사진)로 유명한 더스킨팩토리를 약 1000억원 후반에 인수했을 때 시장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 등이 장악하고 있어 신생 온라인 브랜드가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VIG파트너스는 인수 2년 만에 쿤달을 올해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냈다.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쿤달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더스킨팩토리는 올해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VIG에 인수된 지 2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쿤달은 2016년 론칭 후 철저한 온라인 집중 전략으로 성공한 브랜드다.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져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유명 제품보다 니치 브랜드를 선호하는 수요가 많아진 점을 파고들었다. 쿤달은 천연원료, 향, 가격, 용량 등 네 가지를 무기로 내세운 샴푸와 트리트먼트, 보디워시 제품을 출시해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다. 500mL 한 통에 만원도 안 하는 보디워시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제품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제품 수가 적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었다.
VIG파트너스는 쿤달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택했다. 샴푸와 보디워시 등을 시작으로 칫솔 디퓨저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한국 선호도가 높은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K팝 스타를 앞세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펼치고 연관 기업을 인수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욕세럼’으로 유명한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네시픽’ 운영사인 에이빌코리아 지분 100%를 인수, 해외 유통 채널을 확장했다. 쿤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15% 수준에서 올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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