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성큼…스페이스X 우주선 '단 분리' 성공

입력 2023-11-19 19:11   수정 2023-11-20 01:12


18일 오후 10시3분(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스페이스X 로켓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초거대 우주선 ‘스타십’(사진)이 지구 중력을 이겨내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1단과 2단을 분리하는 것에도 성공했다. 목표로 한 궤도 비행을 완수하진 못했지만 인류의 화성 개척이라는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단 로켓 ‘슈퍼헤비’의 33개 랩터 엔진은 모두 정상 점화돼 추력 7500t의 화염을 내뿜었다. 발사 후 2분47초, 고도 73㎞에서 2단을 구성하는 로켓 겸 우주선 스타십의 여섯 개 엔진에 불이 붙었다. 단을 분리하기 전 2단 엔진을 먼저 점화하는 신기술 ‘핫 스테이징’이다. 발사 후 3분22초, 분리된 1단 슈퍼헤비는 멕시코만 상공 90㎞에서 폭발했다. 2단 스타십은 비행을 계속했다.

발사 후 8분7초, 시속 2만4124㎞로 고도 148㎞에 도달했을 때 스타십의 통신이 갑자기 두절됐다. ‘계획되지 않은 급격한 해체(RUD)’가 벌어졌다. RUD는 스페이스X가 로켓 공중 폭발을 완곡히 표현하는 단어다. 스타십은 당초 고도 240㎞까지 간 뒤 하와이 인근 태평양에 낙하할 예정이었다. 존 인스프러커 스페이스X 수석통합엔지니어는 “신호를 되찾을 수 없어 스타십의 자폭 기능을 작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RUD하긴 했지만 1단 슈퍼헤비 엔진 33개가 정상 점화했고 2단 스타십을 분리하는 핫 스테이징도 성공했다”며 “최종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3차 발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관제사들 뒤에서 스타십 발사 장면을 지켜본 스페이스X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스페이스X 팀, 축하합니다”라고 적었다. 스페이스X는 지난 4월 스타십을 1차 발사했다. 그러나 1단 로켓 엔진 33개 중 다섯 개에 불이 붙지 않았다. 균형을 잃고 추락하다 발사 3분59초 만에 고도 29㎞에서 공중 폭발했다. 이후 스페이스X는 1000개 이상의 변화를 줬다. 핫 스테이징을 위해 2단 연결부 환기구를 확장했다. 2단 엔진의 화염이 기체를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슈퍼헤비와 스타십을 합친 전체 길이는 120m다. 미국 뉴욕시 자유의 여신상(93.5m)보다 길다. 최대 120명의 사람 또는 150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유인 우주선은 여섯 명 정도가 한계였다. 스타십을 이용해 화성에 100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세우는 게 머스크의 우주 프로젝트 청사진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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