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돈풀기 막히자 특별법 남발…표만 되면 무조건 '예타 면제'

입력 2023-11-19 18:12   수정 2023-11-20 01:28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1기 신도시 재건축, 개 식용 종식 등 각종 현안을 특별법을 제정해 통과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일반법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특별법은 빠르게 입법이 가능하지만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지기 어렵고 기존 법 조항과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여야는 더 나아가 경제적 근거가 빈약한 사회간접자본(SOC) 공사를 정당화하는 수십조원 규모의 특별법 처리를 예고하고 있어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안 ‘땡처리’용 특별법 남발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연내 처리를 약속한 주요 특별법안으로는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있다. 여기에 김포 시민들의 교통 불편 문제를 두고 국민의힘은 ‘김포 서울시 편입 특별법’(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을, 더불어민주당은 ‘5호선 연장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국가재정법 개정안)를 꺼내 들었다.

특별법은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일반법과 달리 특수한 상황과 특정 지역, 대상, 행위에만 적용하는 법이다.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특징이 있고, 심사 범위가 좁아 상대적으로 빠르게 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법 제정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1990년대 115건에 불과하던 특별법(개정안 포함)은 2000년대 324건, 2010년대 543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2023년 11월까지만 벌써 273건이 통과됐다.
21대 국회 예타 면제, 朴정부 넘어서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예타를 면제받기 위한 특별법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가 500억원이 넘고, 국비 투입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을 넘겨야 추진할 수 있다. 정치권은 특별법을 통해 이를 무력화하는 방법을 택해왔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예타 패싱’이 본격화한 시발점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목한다. 문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면서 지역별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예타를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61조원, 박근혜 정부에서 25조원 수준이던 예타 면제 규모는 문 정부 당시 120조원(149개 사업)으로 급증했다.

21대 국회는 선거를 앞둔 시기마다 초대형 예타 면제 특별법으로 유권자를 유혹했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나온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총사업비 13조7000억원)과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꺼내 든 달빛고속철도(대구~광주 고속철도) 특별법(총사업비 11조2999억원)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 모두 관계부처의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5를 밑돌 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총선 치르다 국가재정 병든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다가오는 총선을 계기로 경제성이 증명되지 않은 지역 숙원사업에 대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예타 면제용 특별법이 국고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에도 타격을 입혀 장기적인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남 영암 F1 경주장이 있다. 전라남도는 F1 경주장에 공사비 3447억원, 운영비 등을 포함해 9000억원에 육박하는 도비를 투입했지만 2020년부터 매년 손실을 보고 있다.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공사비 부채도 1000억원에 달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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