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적절한 현수막 문구로 '청년 비하'라는 구설에 휩싸이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과거 '노인 비하' 관련 논란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젊었을 때는 노인 비하 발언을 내뱉다가 나이가 들었을 때는 청년 비하 발언을 한다"고 직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운동권 출신 86세대는 특유의 오만한 선민의식을 갖고 있어, 대개 국민을 무지한 계몽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어린놈'이라고 원색 비난한 데 이어, '이번엔 '청년 비하' 논란이 일자 이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청년 비하' 논란 현수막에 대해 "당초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가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사과했지만, 이 현수막을 통해 청년 세대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각이 명징하게 드러났기에 크나큰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의 '티저'용으로 준비한 현수막을 공개했다 '청년 비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현수막에는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라는 등의 문구가 쓰였다.
윤 원내대표는 논란이 된 현수막 문구를 거론하며 "민주당이 청년층을 공동체에 관심 없는 이기적인 세대로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청년세대는 단순히 나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는 합리적인 사회를 명확한 지향점으로 제시해 모든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코인 논란을 일으켜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소환하기도 했다. 그는 "청년 세대를 욕심만 많은 무지한 존재로 보는 오만한 꼰대의 관점이 담겨 있다"며 "민주당의 시각에서는 청년들이 자당 출신의 한 의원처럼 코인 매매로 돈만 벌면 만족하는 사람들로 보일지 모르나,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놓은 1000조원의 나랏빚에 대해 가장 걱정하고 경계하는 세대가 청년들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연금 고갈, 인구 절벽 사태에 직면한 청년들에게 사회 현안은 곧 미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2030 세대는 과거 어떤 청년 세대보다 정치와 경제 분야의 다양한 식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민주당이 취업 지원·해외연수 등 정부의 청년 예산 80%를 감액하는 대신 청년 교통비 지원 목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3만원 청년 패스' 예산을 책정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 청년 세대로부터 희망의 사다리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현재도 청년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청년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게 돕는 대신 푼돈을 쥐여주고 청년 표심을 사려는 것은 청년의 지성을 얕잡아보는 오만한 태도"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인사들은 자신들만 도덕적,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 여러 차례 어르신 세대와 청년 세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이어왔다"며 "이번 현수막 사태도 앞선 비하 발언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해당 현수막이 '청년 비하' 논란을 빚은 지 나흘 만인 이날 문구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획 의도가 어떠하더라도 국민과 당원이 보시기에 불편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책임을 업체에 떠넘길 게 아니라 당의 불찰이었고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