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돈이 없다고만 하는데 규모는 키우고 있다. 앞으로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없으니 직원들은 도망가기 바쁘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샤이니의 태민이 지난 18일 라이브 방송에서 팬들에게 털어놓은 푸념이다.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박봉으로 줄줄이 떠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같은 날엔 SM엔터 소속 아티스트인 레드벨벳이 경호 인력 없이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에도 팬들은 “비용 절감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런 비용 절감은 정작 SM엔터의 경영진에겐 딴 세상 이야기다. SM엔터가 최근 감행한 인수합병(M&A) 사례 등을 면밀히 보면 회삿돈으로 내부 특정인과 관련된 회사를 비싸게 사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SM엔터가 지난 9월 자회사인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를 통해 텐엑스엔터(10x엔터) 경영권을 인수한 사실이 대표적이다. 소속 아티스트는 달랑 한 명뿐이고 부채가 자산을 8억원 초과한 기업을 사기 위해 22억원의 현금을 건넸다. M&A 당시 이 회사의 사내이사(2명)였던 최모씨와 윤모씨는 모두 SM엔터 직원이었고 현재도 회사에 다니고 있다. 최씨가 사내이사로 겸직하던 스타트업 회사에 SM엔터 투자회사인 SM컬처파트너스가 10억원을 투자한 사례도 있다.
회삿돈을 눈먼 돈처럼 쓴다는 의혹도 있다.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SM엔터 컨설팅을 전담하다시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홍보대행사가 과도한 보수를 받는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모두 내부에서 제기되는 의혹이다.
SM엔터의 경영권 분쟁이 올해 자본시장에서 주목받았던 건 검찰 수사로까지 번진 카카오와 하이브 간 인수 경쟁 때문만은 아니었다. 현 경영진과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로 대표되는 행동주의펀드들이 창업자를 축출하고 회사를 정상화한 보기 드문 사례였다. 당시 장외에서 이 대표를 비호한 해외 헤지펀드 대표, 교수, 변호사 등이 대거 이사회에 들어왔다. 이 대표도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진 중 한 명이다. 이런 선진적인 이사회가 10x엔터 인수와 같은 배임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을 묵인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 대표는 SM엔터가 정상적인 거버넌스만 갖추더라도 주가가 3년 내 30만원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SM엔터 주가는 9만원 안팎으로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경쟁사인 하이브와 JYP엔터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는다. SM엔터의 새로운 경영진이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주주들이 꼼꼼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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