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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상기구(WMO)가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에 견줘 0.5도 이상 높은 상태로 지속하는 현상)가 적어도 내년 4월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작황이 부진하면 글로벌 식품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이상 기후로 인해 공급망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서부 지역 마림비아의 최고 기온은 41.9℃를 찍었다. 올해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브라질 국립기상연구소는 이미 폭염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란 분석이 나온다.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5개월 이상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페루·브라질 등 남미지역에는 폭우나 이상 고온 현상을, 열대성 강우가 쏟아지던 동남아시아에서는 가뭄이 나타난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올해 7∼8월부터 빠르게 발달한 엘니뇨가 9월쯤 중간 정도의 강도가 됐고,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강도가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적어도 내년 4월까지 지속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탈라스 사무총장은 "엘니뇨의 원인은 인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열 포획 효과 때문이다"라며 "올해가 이미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따뜻할 전망이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지역에 강우량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WMO에 따르면 아프리카 남부 지역, 중앙 및 동아시아에선 향후 3개월간 평년보다 많은 양의 강우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폭염, 가뭄, 산불 등 이상 기후 현상도 이전보다 더 오래가고,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기후로 인해 농작물 작황도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온난화 효과가 심화하면서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식품을 비롯해 운송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고열로 인한 식료품 손상을 막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써야 해서다. 홍수와 폭우 위험도 커지며 보험료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엘니뇨 현상이 잦아지더라도 더 큰 재난이 도래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태평양에 온난화 현상이 나타난 뒤 급격히 냉각하는 '라니냐' 현상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다. 윌터 베스겐 컬럼비아대 기후 및 국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1997~1998년 태평양 온난화 현상이 벌어진 뒤 2001년에 냉각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엘니뇨의 반대 현상인 라니냐는 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라니냐가 나타나게 되면 서태평양으로 온수가 유입되고, 반대로 동태평양의 온수 층은 얕아진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무역풍도 평년보다 강해진다. 이 때문에 아시아 대륙 및 오세아니아 지역에 강우량이 증가하고, 미국 및 중남미 지역에는 가뭄을 일으킨다. 이미 2020~2022년 3년간 북반구에서 라니냐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학계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엘니뇨와 라니냐가 강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베스겐 연구원은 "태평양의 냉각과 온난화 현상이 반복되는 건 온실가스의 열 포획 현상 때문이다"라며 "지구의 온도를 낮출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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