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추세를 보인 최근 2년동안 매출이 5배 뛰고, 투자 혹한기에 벤처캐피털로부터 30억원을 유치한 반찬가게가 있다. 지난해 식품부문 가맹점 평균 매출액 1위를 기록한 프랜차이즈 도시곳간이다. 5조원 규모의 국내 반찬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도시곳간은 내년 중 일본, 미국으로 진출할 채비에 나섰다.
○반찬가게 고정관념을 깨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반찬 편집샵’을 표방하는 도시곳간의 매장이 올해 말 60개에 이를 전망이다. 2019년 서울 광진구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말 36개에서 현재 53개로 늘었고 연말까지 추가로 7곳의 개점을 앞두고 있다. 매장이 늘어나며 매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9억원에서 2021년 50억원, 지난해 160억원으로 무섭게 성장했고 올해는 25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엔 CJ인베스트먼트,JB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등으로부터 31억원 규모의 시리즈A(초기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식품·외식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6세인 민요한 대표다. 민 대표는 “산지와 고객을 직접 연결하고 수요예측·물류 시스템을 전산화해 일반 반찬가게의 고정관념을 깬 것이 급성장의 배경”이라며 “시골생산자와 도시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도시곳간은 여느 반찬가게와는 다르다. 카페 같은 분위기, 1인가구에 부담없는 개당 2000~3000원 수준의 소포장, 디저트와 주류 등 특색있는 식음료 등으로 젊은 층을 끌어당겼다. 총 500여명의 소농이 생산한 식재료와 제품을 계절별로 매장에 소개하고, 셰프들이 요리로 만들어낸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경기 둔화 시기에 급성장
민 대표 역시 셰프다. 초등학교때부터 요리에 빠졌고 중학교땐 양식 일식 한식 등 5개의 자격증을 땄다.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들어간 이후엔 주말마다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선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의 셰프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현재 20대 청년이지만 10년이 넘는 요리 경력을 갖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말부터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외식시장도 타격을 받았지만, 반찬시장은 오히려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민 대표의 진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곳간의 가맹점포당 평균 매출은 6억4389만원으로 정관장 가맹점(6억2546만원)을 제치고 도소매 식품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는 “데이터에 따르면 반찬 매출이 월요일에 가장 많고 주말에는 적다”며 “외식 소비와 반찬 소비는 역의 관계에 있는 만큼 경기 둔화시기에 오히려 사업이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보수적으로 매장을 개점한다해도 내년까지 100호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엔 매출 600억원이 목표다.
도시곳간의 다음 도전은 해외 시장이다. 한식 반찬을 기본으로 하는 ‘K도시락’으로 미국과 일본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초 국내 오피스 상권에 테스트베드를 위한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가 급성장하는 것과 동시에, 민 대표는 ‘스케일 업’을 위한 전문 경영인 유치작업도 계획 중이다. 그는 “회사 덩치가 커지는 만큼 거기에 맞는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 년내 실패한 사례를 똑같이 겪지 않기 위해 지분 매각 또는 전문경영인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 삶의 원동력은 결핍"
민 대표는 '내 삶의 원동력은 결핍'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 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고 돈을 벌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민 대표는 "CIA 등록금을 구하기 위해 기업 회장들과 재단 200여곳에 자기소개 메일을 보냈고, 이런 무모한 시도에 한 명으로부터 답을 받아 유학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가난이 싫어 일찍 직업을 찾았지만 나이에 대한 수많은 편견과 싸우기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민 대표는 "나이와 배경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공부를 하고, 동기를 부여한다"며 "회사를 알리기 위해 100곳이 넘는 투자사들을 혼자 찾아다니며 기업설명회(IR)를 해 왔다"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겁없이 도전하라는 말 보다는 사업을 함께 꾸리는 파트너들과 직원을 책임질 수 있는 두려움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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