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사 대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부터 상시근로자 5~50인(건설업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업계는 "최소 2~3년은 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며 "영세 기업 실정에 맞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일 대한전문건설협회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 관리체계 구축과 인력·예산 편성 등 조처를 한 기업은 전체의 3.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 96.8%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건설사란, 전문 분야 시공 기술을 가지고 공사를 수행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발주자의 전문공사를 직접 도급하거나 종합건설사의 공사를 하도급받아 시공하는 건설사로,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가 영세하다.
전문건설사들은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등을 들었다. 영세한 전문건설사는 자본력과 인력의 한계 등에 부딪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건설업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는 전문건설사는 51.5%에 달했다. 3년 유예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26.5%였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선 방향을 묻자 '사망자 2명 이상으로 중대 재해 요건 완화'(51.2%), '안전보건 의무 축소'(34.4%) 등 법률 개정이 있어야 법 준수를 통한 재해예방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영세기업에 맞춰 보완할 사업주 안전보건 조치 의무로는 '안전보건 전담 조직 구성 및 운영'(32.3%), '재해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 조치'(24.8%), '안전보건 예산편성 및 집행'(12.4%) 등이 손꼽혔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고 외부의 단기 지원만으로 전문건설사가 의무이행을 하는데 어려우므로 최소 2~3년은 법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며 "안전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 모색과 함께 영세 기업 실정에 맞도록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