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제조업도 변화를 맞았다. 부산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업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기차로의 전환과 AI가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연합기술지주와 부산테크노파크 등 관련 기관들은 AI 관련 스타트업에 활발한 투자를 하면서 자동차 부품부터 디지털 헬스케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부산지역 스타트업 모플랫은 전기차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탄생했다. 내연기관 차를 만들던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을 내놨다. 내연기관 기반 완성차업계의 고민은 시스템 통합이다. 램프, 외장, 내장 등 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기구물과 전장·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공급망 형태가 전기차의 완전 제어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모플랫은 차량 범퍼에 들어가는 ‘스마트 페이스’를 중심으로 고성능 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한 통합 구조화 기술을 개발했다. △OTA(소프트웨어 무선 업그레이드 기술) △드라이브 소프트웨어 △전장 △저작도구에서부터 기구물과 시스템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아우르는 통합 시스템이다. 김태웅 모플랫 대표는 “테슬라처럼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전기차를 완성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전기차 완전 제어는 기존 공급망 구조를 가졌던 완성차 입장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구조”라며 “스마트페이스를 토대로 부분 통합 제어를 구성한 뒤 이를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회사 설립 2년 만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국의 한 완성차 업체와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공동 기술 개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모플랫은 렌즈와 커버 제어는 물론 수천 개에 달하는 LED의 광원을 제어해 부드럽게 문구가 표현되는 기술을 이미 개발했다.
김 대표는 “완성차를 위한 개발자용 소프트웨어 키트를 개발해 보급 중”이라며 “전기차용 통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도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일대에 대규모 스마트공장 설립을 마무리 지은 코렌스이엠은 스마트공장을 한 단계 뛰어넘은 AI 기반의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도입해 기존 수치 중심 해석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우춘근 코렌스 경영전략본부장은 “기존의 AI는 불량품 기준을 수치로 적용해 이 기준에 들어간 모든 제품을 불량품으로 판정하는 문제가 있다”며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스마트공장의 운영 한계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공정 과정에서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온도 차 등에 기계가 민감하게 반응해 공장 설비가 중단되는 사례 등이다. 스마트공장에서 대량의 정보가 쏟아지니 문제가 발생한 뒤 전문가가 해석하는 데도 혼선을 준다.
생성형 AI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수치로만 해석했던 데이터를 언어 기반으로 더욱 폭넓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 본부장은 “공정뿐 아니라 공정에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원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데다 특허와 경영 전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관련 전문가와 함께 공동의 플랫폼을 만들어 전기차 클러스터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연합기술지주는 모플랫을 비롯해 총 98개 기업에 166억원을 투자했다. 후속 투자 유치액은 1313억원에 이른다. 바이오 헬스케어 등 지역 산업 인프라와 관련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시는 캐나다 워털루대와 연계해 지역 제조 기업의 생산 공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등 관련 지원 강화에 나섰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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