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지난달 26일 새벽 4시30분경, 경기도의 무허가 폐기물 업체 동아공사 창고. 집게차의 집게발이 화물차에 쌓인 쓰레기를 '쾅쾅' 찍어 누르고 있다. 집하장으로 반입시키는 차량 대수를 줄이기 위해 이런 작업을 한다. / 최해련 기자</i>
지난해 7월 경기 파주 소재의 쓰레기 창고에서 한 직원이 고압 가스통을 해체하다 즉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스가 분출되자 50㎏짜리 고압 가스통이 튀어 오르며 직원의 가슴을 직통했다. 알고 보니 해당 사업장은 무허가로 쓰레기를 수집해 분류(일명 빵치기)하는 업체였다.
경기 파주 소재 법인 동아공사는 2018년부터 의정부시, 파주시 등 관할 지자체 단속에 의해 다섯 차례나 적발됐다. 한창 때는 2.5t짜리 트럭 110대를 운행한 업계에선 소문난 기업이다. 이 업체가 빵치기로 낸 최고 벌금은 단돈 1000만 원이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런 무허가 회사는 파주와 고양시 일대에 수백 곳에 달한다. 특히 재개발 현장, 인테리어 철거 공사가 많은 수도권 개발 지역 중심으로 이 같은 불법이 활개한다. 무허가 업체는 5t 이하 공사장 생활폐기물을 t당 25~30만 원을 받고 집하장까지 운반한다. 쓰레기를 실어다 나르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업체는 중간 단계에서 으슥한 창고에 숨어 쓰레기를 재분류한다. 모아 온 쓰레기를 가능한 적은 대수의 화물 트럭 안에 욱여 넣는다. 집하장에 반입시킬 쓰레기 부피를 줄이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공사장 생활폐기물(속칭 공생폐)은 폐벽돌, 스티로폼 등 사실상 건설 현장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대부분이다. 건설폐기물로 분류돼야 하지만 소규모(5t 이하)라는 이유로 생활폐기물처럼 관리된다. 관리 규정도 느슨하다. 건설폐기물은 수집 운반업체에 용역을 맡겨 배출해야 한다. 운반차에는 배출지부터 집하장까지의 경로를 추적하는 GPS장치가 부착된다.
이른바 '공생폐'는 다르다. 지역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파주시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는 배출자가 직접 공사장 생활폐기물을 봉투나 마대에 담아 버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별도의 폐기물 처리계획서는 안 내도 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대행업자가 배출자 행세를 하며 쓰레기를 처리시설에 갖다줘도 지자체는 모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폐기물관리법 25조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고 쓰레기를 처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실제 처벌 수위가 낮다 보니 업체들로선 위법행위를 중단할 이유가 없는 구조다. 동아공사는 강모 대표는 "직원 사망사건 이후 사업을 중단하려고 했지만 일을 계속 하자는 다른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바로 그만 둘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이달 초까지도 빵치기 작업을 이어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관할 지자체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영균 환경부 생활폐기물과 사무관은 "공사장 생활폐기물은 배출지에서부터 분리배출돼야 하는데 지자체 입장에서 이 문제가 여러 업무 중 비중이 작은 업이기 때문에 관리가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개정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배출자, 배출량 등 세부사항을 신고한 뒤 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안내토록 했다. 다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사항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박사는 "그동안 지자체가 손 놓고 있었던 공사장 생활폐기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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