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가 긍정적인 이유 [더 머니이스트-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입력 2023-11-23 07:53   수정 2023-11-23 11:22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방안'을 심의·의결했습니다. 방안에 따르면 내년 현실화율은 올해와 동일하게 동결됩니다. 이미 올해 적용되는 현실화율이 현실화 계획의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하향됐음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동일한 조치가 취해진단 뜻입니다.

공시가격의 현실화, 즉 공시가격과 시세 간 차이를 줄인다는 개념은 원래 부유층이나 고액 자산 보유자들에게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조세 평등'을 목표로 초기에 제시된 적용 대상은 시세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가치보다 공시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상업용 빌딩, 고가 주택, 임야나 토지 같은 비업무용 자산이었습니다.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이 정부 정책 목표가 되고 적용 대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표준화가 용이한 자산인 아파트와 일반 주거용 건물 등도 포함됐습니다. 이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여러 문제들이 지적됐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재검토 방침은 먼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무리하게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현실화 목표를 시세 대비 기존 90%에서 80%로 낮추든, 더 조정하든, 아예 폐기하든 그렇습니다.

종전에 일반 주택까지 현실화 목표를 도입했던 것은 금액이 얼마가 되건 사실상의 증세가 된다는 점에서, 급하게 도입했다는 점 등에서 무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라는 국정과제에 비춰보면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1차적인 검토수준이 돼야 합니다.

내년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것은 임시조치이지만 긍정적입니다. 물론 기존의 임시방안을 연장하는 것이므로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수정·보완·재검토는 꾸준히 진행돼야 합니다. 일단 현재 시세보다는 낮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고가부동산이 아닌 주택소유자들에게도 긍정적이지만, 내년에 지역별 가격변동의 여부에 따라 2020년 수준을 적용하는 것도 평가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시장거래의 활성화까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습니다. 아파트는 물론 상대적으로 선호되지 않는 비아파트 유형의 주택에서도 그렇습니다. 비아파트의 경우에는 공시가격보다도 환금성과 그간의 전세사기 등으로 시장수요가 바뀐 것이 관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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