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빠진 것 같다고 하자 "다이어트 그런 거 없다. 고생하니 살이 빠진다. 살을 깎아내는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룹 아스트로를 탈퇴하고 데뷔 8년 만에 홀로서기에 나선 라키의 입에서는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리고 또 하나 반복되는 말은 바로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모처에서 만난 라키는 "요즘 잠을 거의 한, 두 시간 정도 잔다"며 허탈한 듯 웃었다. 2016년 아스트로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올해 2월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되며 팀을 탈퇴했고, 8월 1인 기획사 원파인데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라키는 "그룹 활동을 할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 몸이 열개였으면 좋겠다. 어느새 음악 작업이 제일 쉬운 일이 됐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월부터 회사 설립을 준비해 앨범 제작부터 연습, 회사 실무까지 '대표' 직함을 가지고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사무실도 직접 발품을 뛰어 4~5곳을 둘러본 후에 결정했고, 회사명인 원파인데이엔터테인먼트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라키는 회사명에 대해 "후보가 많았는데 어느 날 향수 뒷면에 적힌 '어느 멋진 날'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의미가 좋더라. 회사에 있는 모든 분들의 어느 멋진 날을 위해 달려간다, 하루하루가 모두 우리의 어느 멋진 날이니 소중하고 행복하게 살자 등의 의미를 담아봤다"고 설명했다.
눈빛은 다소 지쳐 보였지만 입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르는 얼굴이 곧 '솔로' 라키의 행보를 기대케 하는 지점이었다.
활동명 '라키'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유에 관해 묻자 "고민했는데 이때까지 팬분들이 수백번, 수만번 외쳤을 이름이지 않냐. 라키는 계속 현재 진행 중이라는 생각에 이어가기로 했다"고 답했다.
홀로서기의 첫 결과물인 솔로 앨범 '라키스트(ROCKYST)'는 지난 22일 오후 6시에 발매됐다. 데뷔 8년 만에 내는 첫 솔로 앨범이자 작사·작곡은 물론 안무 창작과 프로듀싱까지 제작자로 한층 더 발전한 라키를 증명해냈다.
라키는 앨범 작업에 약 3~4개월이 소요됐다면서 타이틀곡을 비롯해 수록된 총 6곡은 모두 해당 기간에 새로 쓴 것이라 밝혔다. 그는 "'라키스트'는 라키와 아티스트를 결합한 합성어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고, 이름을 알리고자 내 이름도 붙였다. 앨범에 이름을 넣을 기회는 처음인 지금밖에 없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작사·작곡·안무까지 아스트로 때부터 드러났던 라키의 음악적 재능은 '라키스트'를 통해 비로소 온전히 느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곡 작업은 물론 어릴 적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역에 발탁될 정도로 춤에 일가견이 있는 그답게 안무도 창작했다. 특히 이번에는 제작까지 총괄했다는 점에서 범주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라키는 "작곡, 프로듀싱, 안무는 원래 다 하던 분야였지만 제작은 처음이라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고 결과도 궁금하다. 의미 있는 앨범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가 바라본 '솔로 라키'는 어떤 이미지인지 묻자 "부드럽지만 진한 향이 난다는 인상을 받았다. 최대한 나만의 향이 나는 음악과 퍼포먼스를 하고 싶었다"고 답변했다.
"대중적인 가수가 되고 싶다"는 말이 귀에 꽂혔다. 라키는 "솔로로서 첫 출발이라 많은 분께 내 이름을 알리는 게 목적이다. 앨범도 전체적으로 대중적이 되고 싶었다. 최대한 듣기 편하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라키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곡을 써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정리가 안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대략적인 방향성이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최대한 다양한 장르로 타이틀곡을 뽑아내자는 방식으로 작업했더니 노래가 다 좋다. 100% 만족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타이틀곡 '럭키 라키(LUCKY ROCKY)'는 인트로부터 중독성 있는 그루비한 색소폰과 펑키한 기타 사운드가 특징인 레트로 펑키 팝(funky Pop) 장르다.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을 추는 순간 행운이 찾아온다는 의미와 더불어 자신의 이름 '라키'를 기억해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라키는 "인트로에 트럼펫 소리가 꽂히게 잘 나와서 어떻게든 이 트랙으로 타이틀곡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중독성 있는 훅이다. 중독성 있는 훅이 포함되면 대중적으로 비칠 수 있다. 대중들이 들었을 때 한 번에 바로 따라부를 수 있는 쉬운 그런 노래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퍼포먼스와 관련해서는 "그룹 활동할 때는 각이 져 있거나 갖춰져 있는 안무 틀 안에서 움직였다면 솔로로서는 조금 더 자유분방한 느낌을 넣으려고 했다. 최대한 그루브를 살렸다. 같이 리듬 타고 싶어지는 느낌"이라고 자신했다.
인터뷰 내내 자신감도,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모습이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서'라는 라키였다. 그는 "내가 활동의 키를 가지고 있는 거다. 어딘가에 속해 있을 땐 소속사만의 스케줄이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다면 지금은 내가 결정하면 된다. 음악적으로도 구애받지 않고 나만의 청사진을 구현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기다려준 팬들한테 정말 고맙다. 날 끄집어내 주고, 계속 찾아줘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좋아하는 음악 하면서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활동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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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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