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결정한 것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수립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주택 보유세 부담은 올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실화율이 폐기됐을 때 활용할 복수의 대안도 검토 중이어서 사실상 현실화율 로드맵 폐기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들어 가격이 오른 전국 주요 단지 보유세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올해 재산세만 252만6000원을 냈다. 내년에는 재산세 275만8000원, 종합부동산세 7만9500원 등 보유세 283만7500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10억9400만원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12억원)에 못 미친다. 그러나 시세를 토대로 추정한 내년 공시가격은 12억4245만원으로 종부세 대상이 된다. 보유세 추정치는 시세(하한가)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69%와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해 산출했다.
고가주택의 보유세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전용 82㎡ 보유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 438만8424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632만7780원으로 4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이 올해 15억1700만원에서 내년 20억3310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내년 세 부담은 기획재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조치에 나서면 낮아질 수 있다. 우 부지점장은 “올해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에게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43~45%를 한시 적용했고, 내년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60% 적용을 전제로 공시가를 추정해 보유세를 계산했다”며 “정부가 내년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면 보유세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최장 2035년(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로 올리는 로드맵을 내놨다. 이 영향으로 2011~2020년 연평균 3.02% 상승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현실화 계획 시행 후인 2021~2022년 연평균 18.12% 올랐다. 당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현실화율까지 확대되면서 공시가격 상승 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세 부담도 급격히 높아졌다.
집값이 내려갔는데도 공시가격이 오르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전면 재검토를 결정한 이유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존 로드맵을 따를 경우 전체 공동주택(1486만 가구)의 6.9%인 103만 가구가 올해 시세가 하락했음에도 공시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기열/김소현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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