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은 SEC가 기업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을 공시하는 요건을 일부 완화할 방침이라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 내부에서 생성되는 모든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스코프3(Scope 3) 배출 공시 규제를 축소할 계획이다.
스코프3는 기업 공시에서 가장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도 측정해야 해서다. 스코프3는 총 15개 범주로 나뉜다. 원자재 조달부터 생산 및 운송 과정, 직원의 출퇴근 시 생성된 가스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모두 측정해야 한다. 공급 업체와 고객의 배출까지 고려해야 한다.
측정 범위가 넓어 기업의 반발이 거셌다. 공급사와 고객 등의 배출 정보를 수집할 때 법적 분쟁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확산했다.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정보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환경운동단체에선 스코프3를 철회하고 이미 공시 규정이 마련된 스코프1과 스코프2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스코프1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뜻하며, 스코프2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과 동력을 감안한 간접배출량을 의미한다.
SEC가 탄소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할 법적인 근거도 약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해 7월 석탄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석탄발전 비중이 큰 18개 주정부와 석탄회사, 화력발전소가 “EPA가 미국 전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할 권리가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대법원은 6 대 3 다수의견으로 EPA 패소 판결을 했다. EPA처럼 SEC도 소송이 제기되면 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스코프3에 대한 최종 규칙은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제정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전방위적으로 겐슬러 의장에게 스코프3를 축소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에선 SEC가 스코프3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규정으로 인해 기업 내 비용 부담이 커지고, 투자자에게 불확실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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