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중남미 전문가들은 하비에르 밀레이의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을 두고 시민들이 현 정부를 거부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유권자들이 밀레이의 극단적인 자유주의 이념 자체에 호응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무능한 정부 심판론’을 지지했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밀레이의 승리를 두고 “유권자들의 분노가 두려움을 이겼다”고 진단했다. 보조금을 포함한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장기매매를 허용한다는 밀레이의 극단적인 공약에 아르헨티나 시민들은 두려움을 느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 적자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 전 정권을 몰아내야 한다는 심판론이 밀레이가 내세운 무정부 수준의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우려를 압도했다는 평가다.
중남미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실정이다. 중남미에서는 2018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취임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페루, 콜롬비아 등에서 좌파 정권이 잇달아 집권했다. 지난해 10월 브라질에서는 ‘좌파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돌아왔다.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했으나 불평등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파 정부를 심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페루를 시작으로 2차 핑크타이드에 제동이 걸렸다. ‘깨끗한 좌파’ 이미지를 내세우던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은 경제위기 대응 실패와 측근 부패 연루 의혹 등으로 지난해 말 탄핵당했다.
지난달 에콰도르에서는 빈곤 퇴치 공약을 내건 바나나 재벌가 출신 35세 대통령이 탄생했다. 좌파 정부도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민심이 다시 등을 돌렸다는 평가다.
우루과이 정치학자인 안드레 말라무드는 “2018년 이후 중남미에서 치러진 23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가 12번, 우파가 11번 승리했다”며 “이 중 야당의 승리는 20번, 여당의 재선 성공 사례는 3번뿐으로 대부분 정권이 교체됐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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