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고금리 등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비용 절감,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던 전동화 전략도 대거 수정하면서 잔뜩 움츠리는 모습이다.
22일 로이터 통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내년 초 열리는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 프로풋볼(NFL) '슈퍼볼'에 광고하지 않기로 했다. 마케팅 비용 감축 계획에 따라서다. 슈퍼볼 광고는 효과가 엄청난 만큼 광고비도 비싸다. 30초 광고 단가만 700만달러(약 91억원)로 알려졌다.
슈퍼볼 광고에 적극 참여해왔던 완성체 업체들은 최근 불참을 선언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슈퍼볼 광고에는 기아, GM, 스텔란티스 3개 사만 참여했다. 지난해 기아, BMW, GM, 닛산, 도요타, 폴스타 6곳이 광고를 낸 것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2008년부터 슈퍼볼에 광고를 냈던 현대차는 2021년부터 2년 연속 불참하고 있다.
인력 감축도 이어지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사무직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6400명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포드도 북미 지역에서 최소 10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역시 2026년까지 108억달러(약 14조248억원)를 절감하기 위해 행정인력 비용을 5분의 1로 줄일 계획이다.
업계는 완성체 업체들이 전동화에 따른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고금리 등의 여파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이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도 고금리 부담에 따른 신차 수요 감소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신차 구매 금리는 연초 연 6.9%에서 최근 7.4%까지 올랐다. 자동차 구매자 대부분이 할부를 이용하는 미국 자동차 시장 특성상 높아진 신차 가격은 곧 추가적 이자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완성차 업계가 집중 투자한 전기차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 초 미국에서의 매장당 평균 전기차 재고량은 52~58일치였으나 지난달 초에는 97일치로 늘어났다.
불투명한 경기 상황에 아예 전기차 투자를 접거나 연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GM은 혼다와 공동 개발 중인 보급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전면 취소했으며 전기 픽업트럭 생산도 늦추기로 했다. 포드도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작법인 사업을 철회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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