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창시절 비틀즈와 퀸, 엘튼 존에 열광했습니다.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엔 오징어 게임이,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습니다."(찰스 3세 영국 국왕)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찰스 3세 주최 국빈만찬의 핵심 화두는 소프트파워였다. 윤 대통령과 찰스 3세는 상대국의 문화를 높이 평가했고, 양국 간 역사를 언급하며 미래에도 협력 관계를 심화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와 스포츠, 역사가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외교 현장에서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찰스 3세는 환영사를 통해 "예술적인 창조성이 영국 문화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를 가장 극적으로 바꿔놓았다"며 "30년 전만 해도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에서 가장 있기 있는 전시물이 한류이고, 영국 대학에서 가르치는 언어 중 가장 빠르게 인기가 늘어나는 언어가 한국어가 될 지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고,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며 "양국의 문화는 전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소프트파워를 초강력파워로 바꾸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찰스 3세는 세종대왕도 언급했다. "불행히도 저는 세종대왕 뒤를 따라 완전히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농담을 던지면서다. 한국 축구선수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도 거론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찰스 3세는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는 귀절을 읊었고, 한국이 빠르게 변화하면서도 스스로(자아감)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했다. 찰스 3세는 한국전쟁 당시 역사를 언급하면서 "1000여명의 영국군이 한국에서 전사했고, 우리는 참전용사들에게 자랑스럽게 경의를 표한다"며 "참전용사들은 한국이 이룩한 업적에 감탄해 마지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답사를 통해 영국의 문화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며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의회민주주의가 전세계에 미친 영향도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도 영국 의회민주주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 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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