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함께 주가가 올랐던 원유, 금 상장지수펀드(ETF)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쟁 장기화에도 달러 약세 영향으로 금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반면 유가는 수요 둔화 우려가 제기되며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어서다.
22일 ‘KODEX 골드선물(H)’은 0.36% 오른 1만2695원에 마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던 지난달 4일 이후 이날까지의 수익률은 9.31%다. 이 ETF는 국제 금 선물의 하루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다.
다른 귀금속 관련 ETF도 전쟁 발발 이후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TIGER 금은선물(H)’은 지난달 4일 이후 이날까지 8.08%, ‘KODEX 은선물(H)’는 같은 기간 12.06% 올랐다. 레버리지형 ETF인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는 이 기간 17.7% 뛰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 금 선물(12월물) 가격은 온스당 2001.60달러에 마감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2000달러선을 다시 넘겼다. 국제 금 선물이 2000달러를 넘긴 건 지난달 30일 이후 약 약 4주만이다.
미국 금리 인상 국면이 끝났다는 인식이 퍼지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자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달러 가격이 하락하면 미국 외 지역의 금 수요가 많아져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달 초 106.9에서 전날 103.5까지 하락했다.
반면 상승세가 점쳐졌던 원유 ETF는 오히려 전쟁 발발 전보다 주가가 더 하락했다. 지난달 4일 이후 이날까지 ‘KODEX WTI원유선물(H)’와 ‘TIGER 원유선물Enhanced’는 각각 10.6% 하락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 유가가 반짝 상승했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더 커지며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난달 20일 배럴당 88.75달러에서 전날 77.77달러까지 내려갔다. 당초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전될 것이란 우려가 다소 사그라든 점도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와 귀금속 가격이 내년에도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를 지나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되면 금 가격은 온스당 2400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연평균 배럴당 78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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