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엔비디아를 보면 삼성전자의 데자뷔란 생각이 든다. 데이터 학습·연산에 최적화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인공지능(AI) 시대 필수품으로 여겨진다. 고객사가 지금 GPU를 주문해도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올초 2500만원 하던 GPU 가격은 최근 5000만원까지 올랐다. 엔비디아의 대응은 5년 전 삼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회계연도 3분기(2023년 8~10월) 엔비디아의 영업이익률은 ‘57%’. 정보기술(IT)업계에선 엔비디아에 대해 ‘공공의 적’이란 날 선 표현까지 나온다.
‘최고 이익 창출’이 경영의 목표이긴 하지만 모든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 엔비디아 같지는 않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아지노모토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미료 미원(味元)의 원조이기도 한 이 회사는 최첨단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ABF 기판의 원료 ‘ABF’를 단독 생산한다. 독점의 힘을 앞세워 갑질을 할 만도 한데, 아지노모토는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중시한다. 업황 불문하고 유지 중인 20% 수준의 ABF 사업 영업이익률이 말해준다.
최근 삼성전자엔 5년 전 배짱 영업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메모리 시장이 수요자 우위로 돌아서기가 무섭게 삼성 경쟁사들과 손을 잡고 있다. 엔비디아도 안심할 수 없다. 엔비디아의 폭리를 견디다 못한 구글, 아마존 등 고객사들은 GPU를 대체할 자체 칩 개발에 들어갔다. 경쟁사 AMD, 인텔 등의 밀어주기도 본격화했다. 엔비디아가 독점의 단맛에 취해 있는 사이 고객들의 복수가 시작됐다.
황정수 산업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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